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흙'은 삶의 원천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4 17:13

수정 2017.03.14 17:13

[특별기고] '흙'은 삶의 원천

흙을 국어사전에서는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바위가 부스러져 생긴 가루인 무기물과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물이 섞여 이루어진 물질'이라고 정의한다. 언제나 우리 발 아래 존재해왔기 때문에 그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 흙의 생성 과정은 지난하기 그지없다. 실제 1㎝ 두께의 표토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2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만일 10㎝의 표토가 유실된다면 200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에 의해 생성된 소중한 자원을 잃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토양의 질은 국가의 자산으로 관리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흙은 농작물을 비롯한 식물의 생육, 침투수의 여과, 식물체를 통한 에너지 생성, 미생물군의 배지, 탄소의 격리저장 등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예부터 '흙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가 좋은 농사꾼의 척도였던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 우리 조상들이 일컬어온 말 가운데 하나가 풀을 보기 전에 김을 매는 농사꾼을 상농(上農), 풀을 보고서야 김을 매는 농사꾼을 중농(中農), 풀을 보고도 김을 매지 않는 농사꾼을 하농(下農)이라 하였다. 상농은 흙을 잘 관리하고, 중농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하농은 필요해도 안하고 내버려둔다는 의미이다. 상농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볼 줄 아는 지혜를 가진 농부라는 뜻이다.

그뿐인가. 흙은 농업의 생산기반이기도 하지만 건축에도 빠질 수 없는 자재다. 인류가 지은 최초의 도시는 흙으로 만들어졌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처럼 문명의 발상지에서 발견된 흙이 빚어낸 위대함이다. 고대문명의 대부분은 유역의 비옥한 흙에서 비롯됐으며 특히 안전한 먹거리와 농산물 생산이라는 것이 비옥한 땅과 물에서 이뤄졌다. 오늘날엔 편리함을 좇아 시멘트, 철, 알루미늄 등 화학소재가 흙을 대신하게 됐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흙이 주는 따뜻함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소위 '참살이' 바람이 불면서 흙집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흙집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습도조절 기능을 들 수 있다. 일반주택에는 여름 장마철 집안이 눅눅하고 곰팡이가 핀다. 하지만 흙집은 습기가 많으면 흡수해 습기를 조절하며, 건조하면 흙이 습기를 내뱉어 습도조절 기능을 한다. 또 황토로 마감한 바닥은 겨울철 훈훈한 기운을 오래도록 유지해 찜질효과를 나타내준다. 이 밖에 몸 속 노폐물 배출 기능, 생체리듬 안정화 기능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모든 생명체들은 흙에서 나왔다가 일정한 삶을 영위한 뒤 흙의 성분으로 돌아간다.
인간도 예외 없이 흙으로부터 의식주와 에너지의 재료를 얻고 살다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빠른 속도로 산업화.도시화됨으로써 귀중한 자원인 토양이 유실.오염.황폐화되고 있으며 때론 회복 불능의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세대에 지속성 있는 환경을 물려주려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토양환경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용식 농협경제지주 자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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