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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프리미엄으로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4 17:13

수정 2017.03.14 17:13

[차장칼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프리미엄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직역하면 '한국에 대한 할인'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영어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경제학 용어사전에는 '우리나라 기업의 가치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에 비해 낮게 평가받는 현상'이라고 쓰여 있다. 한마디로 외국인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발생한다는 얘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북핵을 비롯한 남북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 기업 회계 및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로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한국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53점, 세계 176개국 중에서 52위다.
아프리카 르완다보다 못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누릴 수 있을까. 국가적으로는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말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시행에 이어 현직 대통령의 부정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림으로써 부정.부패가 척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의 10∼20%가 해결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평가도 들린다.

한국 사회의 성숙함도 국내외로부터 조명을 받고 있다. 주말이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3m가 안되는 차벽을 가운데 두고 탄핵찬성 집회와 탄핵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연인원 수천만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심각한 폭력사태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주요 대기업들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이다.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당장 가시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계기'는 마련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앞으로 10억원이 넘는 기부금.후원금.출연금 등을 낼 경우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고, 다른 대기업들도 이 같은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는 정경유착이나 비자금 문제를 제대로 청산해본 적이 없다. '노력' '시도'에 그쳤을 뿐이다. 지금에서야 그런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갖춰나가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다른 불필요한 요인들을 빼고 실적(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우리 기업의 가치를 오롯이 평가할 수 있도록, 그래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이것이 코스피지수가 지루한 박스권을 돌파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미 기업의 실적은 좋아지고 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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