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 ‘군기잡기’ 이어 선후배 ‘얼차려 대면식’ 논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5 17:03

수정 2017.03.17 10:44

아침 6시 50분부터 모여 휴대폰 차단 강압분위기 속 차려 자세로 관등성명 외쳐
학교 관계자 진상조사 나서
최근 경기지역 한 대학 치위생과 선배들의 신입생 상대 '군기 잡기'에 이어 서울의 한 대학 학과에서도 선후배 상견례 형태의 대면식을 하면서 이른바 '얼차려'를 시킨 것으로 드러나 대학가 군기 잡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침부터 모여 관등성명에 얼차려

15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 학과 재학생들은 남자 신입생들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초대했다. 이들은 남자 선후배들만 따로 상견례를 갖는다며 지난 7일 오전 6시 50분까지 등교하라고 지시했다.

한 선배는 후배들에게 "겁먹을 수도 있지만 과 특성상 남자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행사하는 데 있어서 남자들이 움직여야 과가 돌아간다"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선배들이 말씀하실 수 있으니 미리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고 이날 모임 성격을 설명했다. 또 동기 여학생 등에게는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


대면식은 예상대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신입생들은 선배들 앞에서 집합해 차려 자세로 있으면서 학번, 전공, 몇년생, 이름 등을 대야 했다. 이 과정에서 팔을 흔들거나 다리를 떨면 지적 받고 목소리가 작으면 관등성명을 다시 해야 했다. 한 선배는 "오늘 상견례로 모인건데 1학년 벌써부터 말이 많냐. 2학년도 그런 식으로 하면 1학년들한테 선배대접 받을 생각하지 마"라고 외쳤다. 또 "휴대폰 전원은 녹음방지 차원에서 끄면 좋겠다"고 해 상견례 상황의 외부 유출을 차단했다.

학교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진상조사를 하겠다. 예술계는 악기 등을 다뤄 민감한 부분이 있다"면서 "한 학생이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에 공감하는 다른 학생도 있을 것이고 학교 공식 행사는 아니지만 선후배 자체 모임에서 위화감이나 불편을 조성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 민주화교육이 탈정치화로 변질"

이 학교에서만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장 최근 전북의 한 사립대 선후배 대면식에서 술자리 게임을 빙자한 강제 스킨십에 이어 경기도의 한 사립대학 단과대 재학생들이 리조트에서 후배들을 상대로 군기를 잡는 동영상이 올라와 파문이 일기도 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내 군기 잡기는 군대처럼 공동체 일원이 되려면 개인의 자존심이나 특성을 버리라며 음주나 기합 등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대학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민주화 교육을 하고 했는데 이제는 탈정치화되면서 선배 대접만 받으려는 경향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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