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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G2 통상압박' 대응 부실한 정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6 17:32

수정 2017.03.16 17:32

[차장칼럼] 'G2 통상압박' 대응 부실한 정부

예고된 일이고 대비책도 필요했다. 그러나 우왕좌왕하고 있다. 우리 정부 얘기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 미국의 통상압박이 갈수록 노골적이다.

중국부터 보자. 늦게 잡아도 지난해 10월쯤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시비를 걸면서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이후 반년이 지났고 예측대로 직간접 보복은 강도가 세지고 있다. 예고한 대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지난 15일부터 사실상 금지시켰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한국산 제품에 고율 반덤핑관세를 물리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전기차 배터리)해버렸다. 화장품, 한류콘텐츠 등은 통관절차와 검역규제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산 퇴출이다.

미국은 어떤가. 한 축이던 안보와 경제동맹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어긋났다. 사드 배치와 대한국 통상 문제에서 전혀 다른 포지션이다. 우선 "한.미 FTA는 재앙"이라고 했던 트럼프 정부가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FTA는 미국 입장에서 자동차(FTA 5년간 37% 증가), 지식재산권(2015년 기준 60억달러) 등 상품.서비스 교역에서 상당한 이익을 가져간 유리한 협정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국에 쇠고기관세 조기 철폐(2026년 협정), 법률.의료서비스 완전개방 등 압박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조작국 지정도 미국 통상압박의 하나다. 내달 결판나는데, 현재로선 지정 여부가 불확실하다. 다만 최악은 '중국의 희생양'으로 우리가 지정되는 일이다. 한국은 두 가지 조건(①연간 대미 무역흑자 300억달러 ②경상흑자 국내총생산 대비 7.9%)에 걸린 환율조작국 직전 단계다.

미.중 통상압박에 우리 정부의 대응은 부실하다.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지나친 저자세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책임자는 "미국을 건드려봐야 좋을 게 있냐"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FTA로 한.미가 윈윈"한 사실조차 당당히 말하지 못한다. 미국의 눈치를 봐서다. 정부의 'FTA 5주년 성과 발표'도 발효 기념일(15일) 전날까지도 확정짓지 못했다. 둘째, 한 발씩 늦다. 중국의 보복이 지난해부터 현실화됐지만, 정부는 구두로 이의를 제기하고 우려를 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시급히 상대국 통상 수장들을 만나 입장을 조정해야 하는데도 한.중 통상장관, 재무장관 회담은 확정조차 못하고 있다. 사드 보복조치 문제는 양국 공식 채널인 한.중 FTA공동위의 안건으로 삼지도 못했다. 당초 이달 중 내놓기로 했던 정부의 '통상로드맵'도 6월로 늦춰졌다.

정부는 통상 무역보복 피해기업에 혈세로 수천억원을 긴급 지원한다. 당장에 급한 불은 끄겠지만 이것은 미봉책이다. 통상은 전략이다. 미.중과 적극적인 협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저자세가 유리한 타이밍도 지났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병법가 사마양저(사마법)는 "초심이 견고하면 시작할 때의 기세로 승리한다"고 했다.
기세에 밀리면 싸움도 해보기 전에 이미 진 것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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