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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다시 떠오른 수사.기소권 분리 논쟁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17 17:14

수정 2017.03.17 17:14

[여의도에서] 다시 떠오른 수사.기소권 분리 논쟁

경찰이 올 들어 수사.기소권 분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조현오 경찰청장 시절 수사권 재정립을 위해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던 경찰은 그동안 내부 결속에 치중한 바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기소권 분리로 경찰 권한이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자신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 청장은 경찰청장을 개방직으로 해 중립적인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이나 경찰조직 인사를 총괄하는 경찰위원회 위상을 강화해 경찰권을 통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과 행정을 담당하는 일반경찰을 분리, 수사라인은 수사경찰만이 지휘와 통제하도록 하는 구조로 개편하면 경찰권 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권을 주면 경찰청장 외부수혈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공정성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검사가 직접 수사에 개입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입,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 위해 이 청장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 1962년 헌법 개정 당시 법관에 대한 영장 신청은 반드시 검찰이 행하게 함으로써 사법경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으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헌법에 정해 효력을 높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면 13만 경찰 전체가 수사권을 행사해 국가 수사권이 무제한적으로 확대되고 경찰의 정보권과 수사권이 결합돼 거대 권력기관이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기소독점권, 기소재량권, 직접수사권과 더불어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권까지 인정하고 있다. 형사사법제도는 나쁜 사람을 처벌하고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는 정의의 도구다. 그러나 일부 법조계 인사들이 이를 악용해 권한남용.부패비리.전관예우 등 폐단을 드러냄으로써 검사의 독점적 수사구조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전문가로서 책임수사를, 검사는 법률전문가로서 경찰수사를 객관적으로 통제하는 상호 견제.균형 관계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외부 통제기구와 언론, 시민의 참여를 통해 권력기관을 감시해 국민 인권을 보호하면서 현재의 영장제도가 인권보호를 위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히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9세기 영국의 정치가 액튼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을 남겼다. 절대 권력을 가진 기관은 권력 남용으로 스스로 무너진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권력독점은 항상 폐단을 낳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다.
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은 나쁜 사람을 처벌하고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는 제도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일 의무가 있다. 물론 이 청장의 대안제시가 문제 해결의 직접적인 열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경찰 수장의 대안제시를 계기로 검찰과 경찰의 적극적인 협의 및 개선책을 기대해 본다.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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