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장부 있는데 왜?" 스물아홉에 만든 '식권대장' 처음엔 가시밭길 걸었죠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2 19:35

수정 2017.03.22 19:35

'모바일 식권 업계 1위' 조정호 벤디스 대표가 말하는 창업
노량진에서 司試 준비하다 소상공인 '앱'으로 첫 창업
실패했지만 그때 경험이 모바일 식권 개발에 도움
창업할땐 실패할 각오해야.. 한가지도 기대대로 안돼
"장부 있는데 왜?" 스물아홉에 만든 '식권대장' 처음엔 가시밭길 걸었죠

"모바일 식권 서비스 이상의 다양한 가치를 제공해 기업과 직장인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퍼포먼스 솔루션이 되는 것이 식권대장의 궁극적인 목표다."

모바일 식권 업계 1위 벤디스의 조정호 대표(사진)는 2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비전을 밝히며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벤디스는 지난 2014년 9월 국내 최초의 기업용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런칭한 스타트업이다. 종이식권과 식대장부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돼 온 기업의 식대관리 시스템을 스마트폰 기반으로 전환했다. 3월 현재 한화시스템, SK플래닛, 한국타이어, 현대오일뱅크, 한미약품, 제주에어, LS네트웍스 등 104개 기업에서 사용 중이다.

우리나라 식권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꾼 조 대표는 1986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32세다.
친구들이 갓 취업을 했거나 이르면 대리로 승진할 나이에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의 대표가 됐다.

조 대표도 창업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노량진에 살던 고시생이었다. 법대를 졸업한 그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법조인이 되기 위해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조 대표는 "판.검사가 되기 위해 사법고시를 2년 정도 준비했다"며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판.검사는 도저히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것 같지 않아 사시 첫 1차시험을 한두달 앞두고 부모님께 이 길을 가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대학생 때 주변 친구들과 창업을 준비했던 것을 경험삼아 자신있게 창업에 나섰다. 그러나 성공의 길은 멀기만 했다. 기획했던 사업 아이템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작은 단위의 통근용 전세버스 사업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지만 사업자 등록 등 규제 있어 시도조차 못해 보고 실패의 쓴 맛을 봤다.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포인트 적립과 기프티콘 앱(애플리케이션) 사업 가능성도 타진했지만 장기적인 고객 관리 보다 당장의 매출이 급한 소상공인에게 맞지 않는 아이템이라 결국 실패했다.

모바일 식권 앱 '식권대장'을 런칭한 지난 2014년도 고생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조 대표는 "고객사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이다 보니 '젊은 너희가 제대로 할 수 있겠어'라는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이 컸다"며 "식권을 관리하는 기업의 총무부서가 대부분 보수적이라 '종이장부에 쓰던 걸 굳이 바꿔야 하냐'는 답변이 많아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식권대장을 런칭하고 1년 만에 '이제 그만해야겠다'며 동료들과 제주도로 이별여행까지 갔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조 대표는 "계속 실패를 겪다가 살아남게 된 원동력은 실패를 교훈 삼아 도전했기 때문"이라며 "소상공인을 위한 적립 앱을 만들 때 배웠던 교훈이 모바일 식권을 개발할 때의 밑거름이 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실패할 각오'를 들었다. 기대대로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주변을 보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취해 굉장히 들떠 있는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상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어서 그 점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면서 "정말 실패를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무언가를 자신하기엔 조심스럽다"며 "그러나 벤디스와 나, 그리고 동료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하고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
미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졌을 것은 확신한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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