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中 여행금지 조치, 한·중 FTA 위반이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6 16:38

수정 2017.03.26 16:38

[특별기고] 中 여행금지 조치, 한·중 FTA 위반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사회·문화·경제·인적 교류 분야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 확산을 막는 '한한령', 전세기 운항 불허, 한국산 화장품 통관절차 강화, 홈쇼핑 광고 제한 등 매우 광범위하다. 급기야 자국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위반자를 엄벌에 처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정치·군사·외교적 사안을 원인으로 하는 경제적 보복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긴장을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 협의를 병행하면서 관련 사항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이의 제기를 했다. 그런데 중국은 '일관되게 WTO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히며 WTO협정 위반을 부인하고 있다.
중국은 해당 조치에 대해 다른 사정을 표면상 근거로 하므로 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부 사안은 상대적으로 쉽게 국제법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WTO 서비스무역협정(GATS)과 한·중 FTA를 통해 자국민에 대한 자국 밖에서의 여행알선서비스, 숙박업과 음식업 서비스를 어떤 제한도 없이 개방했다. 따라서 국내에 소재하는 우리 여행사는 어떤 제한도 없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여행알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숙박업계와 음식업계도 제한 없이 중국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관광 금지는 GATS와 한·중 FTA에 위반된다.

자국 여행사만을 대상으로 방한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했어도 이것이 중국 여행사에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우리 여행사·숙박업계와 음식업계의 서비스 제공에 영향을 미치므로 GATS와 한·중 FTA 적용대상이다. 부정적 영향은 직접적 영향만이 아니라 간접 영향을 포함한다. 중국의 조치가 비공식적 구두지침 형태라도 위반에 처벌 등 불이익이 따르므로 강제력을 갖는 법규와 차이가 없다. 다만 문서화되지 않아 입증에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금지인지, 지방정부 차원의 금지인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우리 여행사·숙박업계와 음식업계가 중국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므로 GATS, 한·중 FTA의 시장접근 보장의무 위반이다. 또한 우리나라로의 여행만 금지한 것은 제3국 여행사 등과 비교해 우리나라 여행사 등을 차별하지 않아야 할 의무에 위반된다.
끝으로 불투명한 비공식적 구두조치는 긴급한 상황이 없을 때는 관련 조치를 투명하게 공표해야 하는 의무에 위반될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한국인에 대한 비합법적.비이성적 분노 표출행위와 중국인에 대한 반감 고조로 양 국민 사이의 우의가 훼손되고, 동북아의 안정이 위협받는다는 점이다.
'오랜 우정과 강한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인정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강화를 희망'하는 한·중 FTA 서문의 정신을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제공정무역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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