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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경조사비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6 16:38

수정 2017.03.26 16:38

직장인들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다. 월급으로 생활비 감당하기도 빠듯한데 경조사비 폭탄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3월은 1년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은 달이다. 통계청의 월별 사망자 통계를 보면 2014~2016년 전체 사망자의 9.2%가 3월에 사망했다. 그다음은 12월(8.9%), 1월(8.8%) 순으로 많다. 3월에는 문상을 가야 할 경우가 다른 달에 비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부의금 부담도 무거워진다.
3월은 또한 봄철 결혼시즌(3~5월)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20~30대라면 친구나 직장 상사·동료의 결혼식이, 50~60대라면 친구나 직장 동료·후배 등의 자녀 결혼식이 줄을 잇는다. 거의 토요일마다 한두 건은 보통이고, 심하면 서너 건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주중에는 장례식장, 주말에는 결혼식장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경조사비 부담은 불경기로 빠듯한 살림을 더욱 압박한다. 잘 기억하지도 못하거나 친분이 있다고 하기 어려운 사이에도 청첩장을 돌려 빈축을 사는 일도 있는 듯하다.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20∼30대 미혼남녀 4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청첩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수입이 적은 20∼30대 사회 초년생일수록 경조사비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은 더욱 클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구 간 이전지출'은 17만946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4.6%나 감소했다. '가구 간 이전지출'에는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도 포함되지만 경조사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젊은 층의 결혼기피 경향으로 혼인건수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경조사비 한도를 화환.조화를 포함, 10만원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경조사비는 이웃 간에 큰일을 당했을 때 푼돈을 모아 서로 돕는다는 상부상조 정신에서 비롯된 미풍양속이다.
그러나 한 달 봉급의 10~20%를 경조사비로 써야 할 정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젠 결혼식과 장례식을 호화판으로 치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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