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OPEC-러시아 등 산유국 '석유생산 감축 연장안' 합의 진통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7 17:50

수정 2017.03.27 17:50

"감산 6개월 연장돼야" OPEC 5개국.오만 '찬성'
"상황 지켜본 후 결정"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OPEC-러시아 등 산유국 '석유생산 감축 연장안' 합의 진통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산유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11개 비OPEC 산유국들이 석유생산 감축 연장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쿠웨이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OPEC 산유국 가운데 5개국과 비OPEC 회원국인 오만이 연장에 찬성했지만 러시아 등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자며 발을 뺐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이라크, 알제리, 앙골라, 베네수엘라, 쿠웨이트 등 5개 OPEC 산유국과 오만이 감산 연장을 지지했다.

쿠웨이트가 6개월 연장을 제안했고, 오만 에너지장관 모하메드 알 루미도 "6개월 연장 합의가 의미 있다"고 찬성했다.

넬손 마르티네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연장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비OPEC 감산이행률 64%

연장 논의는 회의 주최국인 쿠웨이트가 주도했다.


이삼 알마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석유재고가 예상보다 많다면서 감산이 6개월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말 OPEC과 러시아 등이 올 1월부터 6개월간 감산키로 합의하면서 큰 폭으로 올랐던 국제유가는 감산이 시작된 올 들어 상승폭이 꺾였다.

지난해 감산합의 발표 뒤 20% 올랐지만 유가 상승이 미국을 비롯한 감산에 동참하지 않은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이어져 석유재고가 좀체 줄지 않고, 이 때문에 유가 역시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은 감산 연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블룸버그가 애널리스트 1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이 올 연말까지로 감산이 6개월 연장될 것이라고 답했다.

감산을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석유장관도 지난 17일 블룸버그TV에 석유재고가 여전히 5년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면서 재고가 줄지 않으면 감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모하마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현 석유재고 규모가 5년 평균보다 2억8200만배럴 많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연장을 장담하기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알마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이 위원장인 감산이행점검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4월 중 감산연장 여부를 OPEC에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알마주크 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OPEC이 6개월 추가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위원회 최종성명에서는 6개월 연장을 권고한다는 초안 내용이 삭제됐다. 성명은 대신 위원회가 "(감산) 참여국들에 권고안을 내기 전에 심사숙고하겠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도 감산연장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시장, 재고, 미국과 다른 비OPEC 산유국들의 상황을 점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알마주크 위원장에 따르면 2월 현재 OPEC의 감산 이행률은 106%로 목표를 초과한 반면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이행률은 64%에 그쳤다. 알마주크는 그러나 OPEC과 비OPEC 산유국들 전체의 감산 이행률은 94%로 목표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2019년까지 유가 40달러 초반"

이런 가운데 러시아 중앙은행(CBR)은 국제유가에 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놔 주목된다. CBR는 러시아 유가 기준물인 우랄유가가 올해 배럴당 평균 50달러를 기록하겠지만 올 연말에는 40달러로 떨어지고, 2018~2019년에도 40달러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을 보수적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우랄유가는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소폭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CBR에 유가전망은 매우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 경제성장에서 석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에 유가 흐름이 경제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5년 국제유가가 65% 폭락하면서 러시아 루블화 역시 폭락하자 CBR는 자본탈출을 막기 위해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했고, 이는 러시아 경기침체로 이어진 바 있다. 2014년 12월 CBR는 기준금리를 하룻밤 새 6.5%포인트 인상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석유 수출 1, 2위 자리를 다투다 감산 이후에는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러시아의 우울한 유가전망은 예사롭지 않다.
전문가들은 다만 러시아의 우울한 전망이 저유가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현실화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보수적으로 잡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런던 라보뱅크의 신흥시장 외환전략가인 피요트르 마티스는 "러시아 재무부, 내각, 중앙은행이 여전히 상당분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성장 예상과 관련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나치게 낙관했다가 실망하는 것보다는 보수적으로 예상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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