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

[새 영화] 순진한 얼굴로 사기치는 임시완 ‘짜릿한 재미’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7 17:58

수정 2017.03.27 17:58

범죄 오락영화의 신세계 ‘원라인’
[새 영화] 순진한 얼굴로 사기치는 임시완 ‘짜릿한 재미’

범죄 오락영화로 장르화된 '케이퍼 무비'는 일단 재밌다. 기기묘묘한 사기 기술로 천문학적 금액을 두고 이른바 '판'을 벌리는 '꾼'들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발을 떼고 있기에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치열한 머리싸움, 반전이 거듭되며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이 장르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애정은 깊다. '오션스 일레븐' '캣치 미 이프 유 캔' '나우 유 씨 미'부터 '도둑들' '검사외전'까지 흥행작들이 즐비하다.

영화 '원라인'의 무대는 은행이다. 선한 얼굴로 능글맞은 사기극을 펼치는 민재(임시완.사진), 여유로운 능구렁이 같은 장 과장(진구), 말 보다 주먹이 앞서는 행동파 박 실장(방병은), 여기에 특유의 익살미를 제대로 살린 이동휘, 김선영까지 사기단의 구성원도 제대로 짜여졌다.
'사기에 걸려들었다'의 은어인 '감긴다', 사기의 규모 등을 가늠하는 '사이즈' 등 영화 속에 수차례 등장하는 사기 용어는 귀에 쏙쏙 박힌다. 이렇게 '원라인'은 '케이퍼 무비'의 흥행 계보를 충실히 따르고자 한다. 그럼에도 '원라인'이 새로운 것은 소재의 변주다. 카지노, 다이아몬드, 마술 등 일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무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 사기범죄물인 '오션스 일레븐' '나우 유 씨 미' '도둑들' 등과 다르게 '원라인'은 '작업대출'이라는 실제 사건을 중심축으로 삼았다.'작업 대출'은 은행 대출이 안 되는 사람들의 직업, 신용등급, 신분 등의 자격 조건을 조작해 은행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이는 것을 통칭하는 말로, 실제 지난 2005년 사회 주요 이슈가 되기도 했다.

범죄의 타겟이 '사람'이 아닌 '은행'으로 바뀌면서 관객과의 거리는 확 좁혀졌다. 대중에게 거대 자본가를 상대로 한 사기극은 현실감 없는 '픽션'으로 여겨지지만 소시민을 상대로 한 은행 대출은 현실 안에 있다. "은행 돈 받게 도와주는 게 내 잡(job)이야. 이게 중요한 표현이다. 도와준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사기꾼 장 과장은 그래서 밉지만은 않다.

'돈과 대출 시스템의 부조리함'을 꼬집고 싶었다는 양경모 감독의 의도는 '신종 범죄 오락영화'라는 신선함은 살렸지만, 한편으로 '오락'와 '재미'는 반감시켰다. '케이퍼 무비'의 하이라이트는 범죄자들의 화려한 기술과 반전 '한 방'에 있다.
후반으로 가면서 느슨해지는 '원라인'은 '오션스 일레븐' '나우 유 씨 미' '도둑들'에 비해 반전의 묘미, 치밀한 사기가 풀리며 느끼는 강렬한 쾌감은 부족하다.

착하고 바른 '미생'의 '장그래'에서 순진한 얼굴로 사람 여럿 잡는 능글맞은 사기꾼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임시완, 전설의 베레랑 사기꾼 진구, 강렬한 악역의 박병은 등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영화의 또다른 매력이다.
'원라인'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짜릿한 예측불허 범죄 오락 영화다. 29일 개봉.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