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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차 산업혁명 성공하려면 갈등해소법부터 찾아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9 16:37

수정 2017.03.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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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 4.0' 대부..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
“최강의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빠르게 성장해 온 한국은 뛰어난 유·무선 통신 인프라와 강한 추진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이 ‘스마트 팩토리(통신망과 결합된 지능형 공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노사 간, 대·중소기업 간, 정부와 민간업체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 그동안 정부 및 대기업 주도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골이 깊어진 사회 구성원 간 갈등 요소를 풀지 않으면, 당장 스마트 팩토리 확산 과정에서 불거질 일자리 감소 이슈 등을 놓고 갑론을박만 벌이다 모든 산업 주도권을 경쟁국가에 뺏기게 될 것이다.”
독일 경제 부활의 핵심동력인 ‘인더스트리 4.0’을 주도한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ACATECH) 회장이 ‘사회갈등 해소’를 4차 산업혁명 성공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독일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의 성공여부는 첨단 ICT 기술 도입에 앞서 사회 구성원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기획 단계부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댔다.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유통-서비스 과정이 모두 자동화·지능화되기 때문에, 일자리 감소 이슈와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때 노·사·정이 국가와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마트 팩토리가 도입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뒤, 본격적인 실행에 나서면서 독일은 스마트팩토리 대중화를 이뤘다는게 카거만 회장의 설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회통합수준이 20년 넘게 최하위권인 우리 사회에 시사점을 준다. 한국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사회구성원 간 갈등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 /사진=송희경 의원실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 /사진=송희경 의원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단계부터 노사정 협력 모색"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 사진)은 29일 서울 봉은사로 인터컨티넨탈 호텔 코엑스에서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본 한국형 4차 산업혁명 미래모델’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 “인더스트리 4.0 기획 단계에서부터 노동자와 환경단체 등과 실행전략을 모색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즉 인더스트리 4.0을 도입했을 때 발생할 경제효과 등을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한 것은 물론 도심 한 가운데 스마트 팩토리를 세우는 과정에 노조를 적극 참여시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카거만 회장은 “스마트 팩토리를 경제성장 측면보다는 일자리 상실 우려와 연결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스마트 팩토리는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직원들이 직접 일하는 시간을 정하게 하고, 직업 재교육 과정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고 말했다. 즉 스마트 팩토리는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게 해준다는 점을 피력해 협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카거만 회장과 종합 토론에 나선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왼쪽) /사진=송희경 의원실
카거만 회장과 종합 토론에 나선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왼쪽) /사진=송희경 의원실

■대-중소기업 간 개방형 혁신 모델 구축해야 생존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인 SAP 이사회 공동의장 및 회장 등을 역임한 카거만 회장은 독일 제조업은 물론 경제 전반을 되살린 ‘인더스트리 4.0’을 주도한 인물로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ICT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센 가운데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인더스트리 4.0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게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카거만 회장과 종합 토론에 나선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송희경 의원은 “아마존의 거대한 플랫폼에 1만개 이상의 중소형 벤처들의 서비스들이 결합돼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우리도 인식의 변화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섭 청장 역시 “그동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시혜를 베푸는 형태로 성장해왔지만, 이젠 모든 대기업이 단독으로 나가서 개별적으로 비즈니스하던 시대가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관계, 즉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과 협력한 사례를 가지고 해외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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