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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빚 무서운 줄 알아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9 17:11

수정 2017.03.29 17:11

[fn논단] 빚 무서운 줄 알아야

어릴 적 필자는 부모님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은 잔소리가 있다. "빚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남의 빚 함부로 보증하는 거 아니다" "빚 없고 건강하면 뭘 해도 먹고 산다" "주머니에 돈 없으면 참고 살아야지" 등 그때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 맞는 말씀이다. 우리 주위에는 빚 때문에 고통 받는 이웃들이 많다. 더욱이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난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깝다.

작년 한 해 동안 가계부채 140조원이 늘어나서 연말 현재 1430조원이 넘어섰다. 가구당 7000만원, 1인당 2600만원, 경제활동인구 1인당 5000만원이나 된다.
작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로 두자릿수가 넘었다. 은행권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도 급증했다. 가계대출의 양적 증가는 물론 질적 악화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 당국에서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및 취약 채무자 보호 등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개인과 금융회사 모두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반성하며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은 IMF 외환위기 전에 비하면 개인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기가 정말 쉬워졌다. 과잉 유동성 정책과 저금리 덕분이다. 개인 대출이 용이해진 반면, 미래 소득을 담보로 상환능력을 뛰어넘는 대출을 받는다면 얼마 못가 빚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나의 소비생활은 건전한지, 상환능력 범위 내의 대출인지, 금리 인상이나 담보 부동산이 하락할 경우에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이른바 빚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금융회사가 유동성 여유분을 운용하면서 타 대출에 비해 비교적 신용위험이 낮은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린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주택을 담보로 집단대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 금융회사에서 대출 여부를 결정할 때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비록 개별로 보면 소액이지만 금리인상이나 부동산 하락 등 위기가 닥치면 큰 손실로 번질 수 있다. 저소득 다중채무자 등 한계대출자에 대해서는 부실이 발생하기 전에 상환 유예, 상환기간 연장, 원리금 부분탕감 등 채무조정을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채무자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추가 손실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그야말로 서로가 윈윈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는 가계대출의 양적 규제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출 광고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서 대출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서민.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서민금융도 전문가적 안목에서 자활 가능성을 면밀히 판단한 후에 지원해야 한다. 자칫 더 깊은 빚의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무쪼록 가계부채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대한다.

이종휘 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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