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대우조선, 회사채 개인비중 10%대 불과.. 28.9% 보유한 국민연금 결정권 더 커져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9 17:40

수정 2017.03.29 22:06

산은 "추가 감자는 못해".. '강대강' 대치국면 지속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결정할 사채권자 집회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개인 비중이 당초 알려진 30%보다 작은 10%대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전체의 28.9%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국민연금은 '혈세를 밑 빠진 독에 쏟아붓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추가 보강자료와 대우조선 지분에 대한 감자를 요구하면서 버티기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산은은 '감자는 불가능하다'며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부결될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일종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맞서면서 '강대강' 대치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영향력 더 커진 국민연금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 회사채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개인 비중이 10% 내외에 그치고 기관 비중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추정됐다. 이는 당초 기관 비중이 70%, 개인 비중이 30%로 전망됐던 것과 비교해 개인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나머지 20%는 단위 농협, 금고 등 소규모 기관들이 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기관 비중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28.9%(3900억원), 우정사업본부 13.3%(1800억원), 사학연금 7.4%(1000억원) 등 연기금이 49.6%로 대우조선의 운명을 결정짓게 됐다.

오는 4월 17~18일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데 각 회차마다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 기준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기관들이 가장 많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눈치를 살피고 있어 국민연금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오는 31일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금융당국과 산은이 제시한 채무재조정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은에 삼정회계법인의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산은은 전체 실사 자료를 넘겨주기는 어렵고 요약 자료를 전달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은 보유한 회사채 3900억원 중 50% 출자전환에 따른 이해 득실과 50% 만기 연장시 향후 3~4년 후에 채권을 받을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산은에 대해 감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은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감자를 시행한 뒤 국민연금이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에 나설 경우 보유 지분율을 높일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산은 "감자는 불가능"

하지만 금융당국과 산은은 국민연금이 요구한 감자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금융당국 및 산은 관계자는 "감자를 요구하는 것은 최대주주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이와 관련, 산은이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지난 2015년 12월 유상증자를 하기 전에 보유한 주식 약 6000만주를 지난해 말 모두 소각하고 유상증자 당시 취득한 주식도 일반 주주와 같이 10대 1로 감자를 했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는건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말에 출자전환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이 고통 분담없이 혜택을 봤는데 이제 와서 이에 대해 감자를 요구하는 것은 일고의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감자를 전제로 한 국민연금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으며 채무재조정안이 부결될 경우 P플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건을 바꾸려면 사채권자 집회를 다시 요구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미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한 신규 자금지원 방안에 대한 공고가 나갔기 때문에 다음달 사채권자 집회에서 이를 수용할지 말지 여부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채권자 집회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P플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강대강 대치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P플랜으로 갈 경우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어 결국 사채권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채무재조정안이 부결되면 금융당국은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하게 되는데 과거 사례를 봤을때 사채권자들이 보유한 회사채에 대해 90% 이상 출자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자금 투자 규모도 2조9000억원 보다 많은 3조3000억~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수주 선박에 대한 대규모 발주 취소 및 선수금 환급청구(RG콜), 신규수주 어려움 등으로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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