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反트럼프' 목소리 내는 美 기업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트윗 공격에 숨죽이고 있던 미국 대기업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이다.

세계적 종합가전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 이멜트 최고경영자(CEO)는 3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친환경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날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파리기후변화 협약 철회를 시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겨냥해 "그 같은 행정명령은 기후변화가 실제적이며 전 세계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GE의 믿음을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멜트 CEO는 "기업은 탄력적이어야 하고 전 세계의 정치적 변동성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기업은 각자의 '대외정책'을 보유한 채 우리의 고객과 사회의 요구를 다루는 해법과 기술을 창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도 지난주 환경정책과 관련해 트럼프에 쓴소리를 뱉었다. 엑손모빌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환경담당 특별보좌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은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 석유와 천연가스, 석유화학 등 혁신적인 민간산업 덕택에 파리기후변화 협약의 틀 안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가능한 한 자유롭고 경쟁적이려면 미국이 공정한 활동무대를 보장하는 파리협약의 당사자로 남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애플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IT) 기업 97곳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1탄이 발표됐을 당시 반기를 들고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유명하다. 이처럼 기업들이 반격하고 있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친밀한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과 언론의 비판 분위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거버넌스 연구소장인 대럴 웨스트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기업 임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너무 가까워 보인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위 차량호출업체 우버의 CEO인 칼라닉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단을 사퇴했다. 반이민 행정명령 1탄 발표에 전국적인 반대 시위가 일어났을 당시 우버가 뉴욕공항에서 영업했다는 점과 칼라닉 CEO가 트럼프 자문단에 참여하고 있다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소셜미디어에선 '우버 탈퇴'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우버 고객 20만명이 스마트폰에서 우버 계정을 삭제하고 업계 2위였던 리프트가 앱 다운로드 차트에서 1위에 오르자 칼라닉은 결국 경제자문단 사퇴를 결정했다. 웨스트는 "트럼프와 너무 가까운 기업 임원들을 향해 소비자들이 보이콧하거나 언론들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며 "이로 인해 이들 임원 중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비판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보다 맘 편히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인이다.
미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3월 29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권 초 이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은 드문 일이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두달 뒤 60% 초반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50%대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및 트럼프캠프와의 내통 의혹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반발이 계속되고 있으며 트럼프케어가 의회에서 좌초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석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메가폰'이자 '전략무기'였던 트윗 공격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된 것일까.

sjmary@fnnews.com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