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가계부채의 진짜 주범은?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3 17:19

수정 2017.04.03 17:19

[기자수첩] 가계부채의 진짜 주범은?

눈덩이처럼 가계부채가 늘어난 게 부동산 탓일까. 지인들한테 물어봤다. 10명 중 9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집을 사서 대출이자를 갚는 데 허덕이고 있다고 했다. 대출규제 덕에 원리금을 동시에 상환하고 있어 차라리 다행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 지인들은 집이 여러 채인 사람이 별로 없다. 그냥 이사 다니기 싫어서, 전세가격이 비싸서 집 한채 산 것뿐이다.
살 곳이 없어서 대출받아 집을 샀고, 그 대출을 꼬박꼬박 갚아나가고 있다.

이들의 대출이 부실채권이 될 것이고, 가계부채의 뇌관이기 때문에 바로잡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11.3 후속조치'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뒤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을 지목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로 올 들어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3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4년 이후 기준금리를 5차례에 걸쳐 내렸다. 한은 역사상 최저수준인 1.25%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는 최근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치솟고 있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대책을 '잘하고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편들어주던 내 지인은 최근 수년 새 가계부채가 늘어난 데 대해 "정부 정책에 의해 원금을 상환하고 있어서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는 순진한 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주담대를 이용해서 사업을 하는 사업자나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투기세력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기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자금이 꼭 필요한 서민.실수요층은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며 이들이 정책 때문에 2금융권으로 몰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누가 실수요층이고, 누가 투기세력인지 '옥석 가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업을 하는지 실제 주택 구입에 썼는지 용도를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의 제대로 된 통계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애꿎은 실수요층의 대출규제는 멈추고 정말 잡아야 할 가계부채의 주범을 파악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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