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브렛 킹' 모벤 회장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없이는 혁신도 없다"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3 18:52

수정 2017.04.03 18:52

제18회 국제금융포럼 기조강연자 '브렛 킹' 모벤 회장
은행들의 ‘소유권’ 내놓고 IT 플랫폼과 손 잡아야 인터넷전문은행 성공
4차 산업혁명의 과제.. 한국 정부, AI 등 규제 풀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져
일자리.고령화 해법.. 새로운 일자리 늘고 노인들 금융 업무 쉬워져
은행은 이제 더 이상 '가는 곳'이 아니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지난 2013년 핀테크 벤처기업 모벤(Moven)의 대표이자 금융분야의 세계적 미래학자인 브렛 킹이 한 말이다. 그는 저서 '뱅크 3.0'에서 은행의 업무인 뱅킹(banking)이 더 이상 은행이라는 장소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어 경제활동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활동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 후 3년간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약력 △핀테크 벤처기업 모벤(Moven) 대표 △미래학자 △아마존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디오쇼, WVNJ의 '미국의 소리' 호스트 △와이어드지, 테드지, 이코노미스트지, 미국 싱귤래리티 대학 연사 △FOX, CNBC, MSNBC, BBC채널 산업해설가 △올해의 혁신상 수상
■약력 △핀테크 벤처기업 모벤(Moven) 대표 △미래학자 △아마존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디오쇼, WVNJ의 '미국의 소리' 호스트 △와이어드지, 테드지, 이코노미스트지, 미국 싱귤래리티 대학 연사 △FOX, CNBC, MSNBC, BBC채널 산업해설가 △올해의 혁신상 수상

3일 파이낸셜뉴스가 e메일을 통해 오는 19일부터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브렛 킹을 미리 만났다. 이날은 한국의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공식 출범을 알린 날이기도 했다.
그는 이제 은행의 가치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일상과 생활패턴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뱅킹이다. 즉, 앞으로 우리가 은행에 물어보게 될 것은 "금리가 얼마인가요"가 아니라 "내가 오늘 이 친구에게 저녁을 살 수 있을까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다. 그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전략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내세운 비용절감을 통한 높은 예금금리, 낮은 수수료, 더 낮은 대출금리는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은행에 얽매인 사고다. 이 분야에서만 경쟁하려 한다면 결국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제 상품이 아니라 전통적인 금융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를 바꾸고, 경험을 바꾸는 부분에서 경쟁해야 한다. 일상적인 뱅킹이 가능한 경험이다. 이제 뱅킹은 고객들이 주택구입, 자동차 구입, 여행, 쇼핑, 자식들의 대학진학, 은퇴와 같은 니즈가 발생할 때 이를 은행의 역량과 서비스로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디지털뱅크가 주는 변화는 무엇인가.

▲은행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세 가지 핵심기능이 떠오른다. △돈을 저금하는 것 △돈을 지불하거나 보내는 것 △신용을 이용해 대출받는 것이다. 현재 은행의 모든 상품은 이러한 세 가지 주요기능 안에서만 다양화되고 있다. 디지털화된 은행은 이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개인의 일상에 스며들어 이러한 기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마찰없이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객은 은행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기대를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당신이 은행에 물어볼 것은 예금금리나 대출금리가 얼마인가가 아니라 "내가 이 신발을 살 여력이 있나요" "내가 이 친구에게 저녁을 살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은행들의 디지털화는 어디쯤 와있는 걸까. 그에게 질문하자 브렛킹은 이렇게 반문했다. "한국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때 여전히 사인이 필요합니까?" 그는 오랫동안 길들여진 타성과 전통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디지털 뱅크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은행이 완전히 디지털화되는 데는 얼마나 걸리게 될까.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인들도 이제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에 접속해 은행업무를 해결한다. 은행에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중국, 호주, 케냐, 나이지리아와 같은 나라에서도 이미 모바일뱅크가 지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통적인 뱅킹에 대한 타성과 행동이다. 어떤 규제가 핀테크와 기술 플랫폼을 제한하고 있는가. 은행의 혁신을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가령, 계좌를 여는 데 여전히 사인을 해야 하는가. 만일 전통적인 방식에 얽매여 있다면 그건 건강한 경제가 아니다. 이제는 실시간으로 은행에 접속하고 일상속에서 금융을 경험해야 한다. 나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앞으로 1~2년 안에 은행 영업점을 더 이상 방문하지 않고 모든 금융을 스마트폰에서 누릴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 은행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데.

▲지난 50여년간 은행들은 고객을 '소유'해 왔다. 우리가 계좌를 열고 싶다면 은행업 인가를 받은 곳으로 가야했고, 은행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을 만한 조건을 갖춰야 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자격미달로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하는 인구가 전체 가계의 25%에 달한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아마존과 알리페이, 위챗, 애플과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그들이 가진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통합해 그동안 은행이 제공하던 주요 채널들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은행의 채널을 비은행이 쥐게 됐다. 이제 기존 은행들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IT 플랫폼과 손을 잡아야 하고, 그동안 보유해온 고객들에 대한 소유권을 내놓아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케이뱅크가 시중은행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늘려야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브렛 킹은 "디지털화를 막는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혁신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엔 여전히 규제가 많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책에서 똑똑한 경제와 도시, 그리고 멍청한 경제와 도시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가장 좋은 사례로 미국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석탄에너지를 태양에너지로 대체하는 투자를 제한한 것을 들 수 있다. 신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막은 대가로, 미국은 오는 2030년 전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국보다 5~10배의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일 한국 정부가 핀테크 투자를 이끌어주지 못하고,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디지털화를 위한 규제를 풀어주지 않는다면 새로운 혁신이 지체되고 한국 경제는 시대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디지털화로 인한 정보의 보안 우려도 제기된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보안은 우리 면역체계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면역체계는 공격이 있을 때마다 점점 더 강한 방어체계를 만들어낸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보안체계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공격을 받을수록 시스템은 점점 더 안전해지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아마존의 클라우드 기술, AWS 는 사실상 미국 은행들이 현재 갖고 있는 보안시스템보다 훨씬 안전한 수준이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블록체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AI에 기반한 보안이 서류에 적힌 사인에 의존하는 현재 은행의 보안시스템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의존하고 있는 시스템은 그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것이다.

―은행의 디지털화로 인해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재교육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은행부문은 지난 1990년대 농업이 기계화, 공장 생산라인의 자동화와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는 이 흐름을 멈출 수 없고 적응해야 한다. 이제 금융소비자들의 경험 디자이너와 행동 분석가, 데이터 분석가, 디지털 커뮤니티 개발자, 규정 또는 리스크 프로그래머 등과 같은 새로운 업무 기회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전통적인 은행업무가 사라지는 것일 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고령자들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다. 빠르게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은행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디지털화가 고령화와 상충된 개념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일본에서 그들이 로봇을 개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령자들을 돕기 위해서다. 빅스비(Bixby)나 시리(Siri) 같은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를 생각해보자. 만일 단순히 음성만으로 결제를 하거나 송금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영업점 은행원들을 만나러 갈 필요가 있을까. 미래에는 사람들이 은행 영업점을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면 디지털뱅크에 기술적 결함이 있을 때뿐일 것이다.

―미래 금융을 위한 전문가를 키우려면.

▲우선 핀테크에 대한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 기업에 비과세 혜택을 주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외 전문가들의 영입 기회도 넓혀야 한다.
싱가포르와 런던이 그렇게 해왔고, 큰 성공을 거뒀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맞은 한국에 하고싶은 조언이 있다면.

▲가장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겠다.
금융기관 종사자라면, 당신의 고객이 당신 회사의 디지털 시스템과 상품에 사인을 하지 않고도 실시간 접근할 수 있는 뱅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그리고 또 한 가지. 미래의 승자가 되려면 금융(banking)이 아닌 기술(technology)의 승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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