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동물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3 19:08

수정 2017.04.03 19:08

[특별기고] 동물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2015년 4월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원시인이 개를 안고 있는 화석이었다. '개'라는 동물이 1만 2000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몸을 끌어안을 만큼 인간과 교감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오랜 시간 인간과 더불어 살아서일까. 우리는 '반려동물'하면 제일 먼저 '개'를 떠올린다. 실제 개와 동거해 보면 녀석은 인간에게 사랑받는 법을 온전히 터득한 동물처럼 느껴진다. 동그랗고 귀여운 눈망울, 복슬복슬한 털, 혀로 손등을 핥거나, 품에 파고들 때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애교가 넘친다.
게다가 주인의 키가 크건 작건, 얼굴이 어떻건 간에 있는 그대로 우리를 편견 없이 바라봐준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비밀과 고민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반려견과의 짜릿한 교감이 여기서 시작한다.

몇 해 전부터 화두가 되고 있는 '동물매개치유'도 마찬가지다. 동물매개치유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만 수십 가지에 이르는데, 대표적인 것이 질병예방과 심리치유 효과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반려견을 키우면 혈관이 이완돼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된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함께 산책하는 시간이 늘며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이점이 있다.

신체적 이로움 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효과도 크다. 주인과 반려견이 100초 이상 눈을 맞췄을 때,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평소의 4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 개와 인간은 완전히 다른 종이지만 부모 자식이나 연인처럼 마주 보면 행복 호르몬이 나오고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선순환 현상'이 생긴다. 보살피고, 돌보는 과정을 통해 인지능력이 개선되고 호기심과 관찰력, 언어능력, 기억력도 향상된다.

동물과 눈을 맞추며 체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이러한 치유의 가치에 주목해 지난해 학교에서 닭을 돌보는 '학교꼬꼬'에 이어 올해 는 '동물매개치유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첫 수업에서는 30여 명의 도시민이 참여해 치유도우미견과 마사지, 스킨십을 통해 교감하는 시간을 보냈다. 치유도우미견의 기분을 살펴보기도 하고, 이들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되짚어보던 참여자들의 모습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문화교실 외에도 4월부터는 학교에서 유기견을 돌보는 '학교멍멍', 토끼를 돌보며 교감하는 '학교깡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최근 5년 동안 약 10만 명 증가했고 지난해 60만 명 선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늘고 있는 시대다. 동물을 안아주고 쓰다듬고 이름을 불러주는 작은 시도들은 우리 자신의 슬픔과 상처를 돌아보고 다른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 또 성장의 과정이 될 것이다.
동물매개치유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 책임감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늘면 좋겠다.

오성종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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