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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이 화두인 시대에.. 폐쇄형메신저 내놓은 韓 이통업계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4 19:50

수정 2017.04.04 22:34

G6에 추가된 채팅 서비스.. LG U+ 가입자끼리만 가능
SKT 콜싱크도 가입 제한.. 가입자 지키려 '빗장 걸기'
"글로벌 흐름에 역행" 지적
개방이 화두인 시대에.. 폐쇄형메신저 내놓은 韓 이통업계

이동통신 3사가 문자메시지 서비스에 단체 채팅, 동영상, 사진 등 멀티미디어메시지 전송 기능등을 보완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재도전하겠다고 나서면서도 오히려 사용자는 자사 이동통신 가입자로 장벽을 쌓은 폐쇄형서비스를 내놔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카카오톡등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들이 단순 대화수단을 넘어 게임, 뉴스, 쇼핑을 비롯해 간편송금 등 핀테크 서비스까지 무한 확장하면서 사용자 영토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드는 이동통신 회사들이 폐쇄형 서비스로 경쟁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LG전자 G5.G6 쓰는 LG유플러스 가입자끼리만 채팅"

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RCS 기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새로 선보인다. RCS(Rich Communication Suite)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소속 이동통신 회사들이 공동으로 만든 메신저 규격으로 카카오톡, 스냅챗 같은 모바일 메신저에 대항하기 위한 기술이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 신형 스마트폰 'G6'에 RCS 기반 '채팅서비스'를 탑재했으며, SK텔레콤은 오는 21일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S8'에 RCS 문자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들 서비스는 모두 폐쇄형이다.
현재 G6에 탑재된 채팅서비스는 LG유플러스 가입자만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 가입자를 기준으로 G6나 G5 단말기을 쓰는 사람끼리만 문자를 카카오톡처럼 쓸 수 있는 반쪽짜리 서비스인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통신사끼리 상호협약을 거쳐 RCS 플랫폼 규격을 개방해야 G6를 쓰는 SK텔레콤.KT 가입자도 채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동통신사 간 플랫폼 개방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기껏 개발한 RCS서비스를 반쪽으로 만든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곧 이동통신사업자와 협의해 서비스가 개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T '콜싱크' 신규가입 중단, 개방형→폐쇄형 서비스 전환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카카오톡 PC버전을 견제하며 내놓은 '콜싱크'도 마찬가지다. 콜싱크 출시 당시에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라면 누구나 PC와 스마트폰을 연동해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 1일 신규가입을 중단했다. 대신 스마트폰을 PC 및 태블릿PC 등과 연동해 문자 송.수신은 물론 음성.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는 'T콜싱크'를 유료 부가서비스(월1100원, 부가세 포함)로 전환해 SK텔레콤 가입자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다.

콜싱크가 반쪽짜리 서비스가 된 이유는 경쟁회사의 가입자 회선정보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콜싱크를 통해 SK텔레콤이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에게 통화기능을 제공하려면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가입자들의 회선정보를 받아야하는데, 이동통신 업체들이 가입자 빼가기 경쟁을 걱정해 회선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가입자 뺏길라 장벽쌓기?…'시간.인력 낭비' 비판

KT는 집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스마트폰이나 PC로 착신전환할 수 있고, 문자메시지도 가능한 유료 부가서비스 '통화매니저'를 자사 가입자 대상 무료서비스로 전환하면서 가입자 장벽을 높였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기존 개방형 모바일 메신저를 패쇄형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여전히 가입자 몇 명을 지키겠다며 개방.확장을 키워드로 진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역행하고 있는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서비스 개발 방식으로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도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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