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트럼프-시진핑의 첫 만남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6 17:38

수정 2017.04.06 22:28

[데스크 칼럼] 트럼프-시진핑의 첫 만남

40초짜리 유튜브 동영상에 나와 "내 아버지는 며칠 전 살해됐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길 희망한다"고 했던 고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말레이시아는 자국내 벌어진 북한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 독살에 초기 기대이상의 단호한 수사의지를 보였으나, 사건 46일 만인 지난달 31일 사실상 배후로 판명된 당사자에게 시신을 넘겨주면서 이 극적인 스캔들로부터 조용히 빠져나왔다. 말레이 당국은 "북의 유족에게 돌려보낸 것"이라고 밝혔는데, 세상의 비웃음을 피하기 힘든 발언이었다.

말레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건 초반 당국이 강력 대응에 나선 것은 살해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공항 노이로제' 증상을 갖고 있는 말레이로선, 왜 또 쿠알라룸푸르공항이냐고 탄식했을 수 있겠다 싶다. 3년 전 239명의 승객을 태우고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베이징으로 가던 말레이항공 여객기는 이륙한 지 40분 만에 인도양 상공에서 사라진 뒤 지금까지 소식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강공 수사 덕에 사건 전모 문앞까지 간 건 수확이다.


사건 결과만 놓고 보면 말레이의 투항 같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말레이는 잃은 게 없다. 선진국 부럽지 않은 수사능력을 입증했고, 결정적 순간엔 자국민 신변을 최우선으로 삼는 강한 정부 면모를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막후 중재는 은밀히 진행됐다. 외신은 말레이·북한 양국이 지난달 말 중국 정부 주재로 비공개 협상을 벌인 것으로 보도했다. 트럼프·시진핑 첫 미·중 정상회담(6∼7일·현지시간)을 앞두고 사건이 장기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중국이 앞서 손을 썼다는 해석이다.

북한 문제의 근원적 해법으로 '중국 역할'이 지금 다시 국제 이슈다. "북핵, 중국이 안 나서면 우리가 한다"고 강펀치를 날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직전까지 대중 압박 공포지수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될 핀란드까지 방문하며 의연한 미국행 구도를 짰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속내는 회담 내내 복잡할 것이다. 두 정상 회동은 전통 강국과 신흥 대국의 충돌, 최강 스토롱맨 2인이 펼치는 '세기의 맞대결'로 볼 수 있다. 함께하기 힘든 '아메리카 퍼스트'와 위대한 중화민족 '중국몽(夢)'의 격돌이다.

그렇지만 두 정상은 서로에게 원하는 게 명확해 보인다.
잇단 러시아 내통 의혹에다 각종 정책 헛발질로 국정 지지도는 바닥까지 추락한 트럼프, '집권 2기'를 목전에 두고 경제적 실리보다 강한 리더 이미지가 필요한 시진핑. 두 사람이 벼랑끝에서 막판 딜에 나설 이유는 충분하다. 트럼프의 경제이득, 시진핑의 대의명분. 거래는 이미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사드보복 문제는 회담 어디쯤 위치하게 될까. 더불어 우리 정부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그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 국제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