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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관치가 만들어낸 제4차 산업혁명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0 15:57

수정 2017.04.10 15:57

[기자수첩]관치가 만들어낸 제4차 산업혁명
제4차 산업혁명이 대세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주자들마다 공약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한다. 정부도 한국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한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낸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제4차 산업혁명에 뒤져 낙오자가 될 것 같은 위기감마저 들게 한다. 그만큼 제4차 산업혁명이 한국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가지. 과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같은 기술이 서비스로 구현되고 실생활에 적용되는 현상을 산업혁명으로 볼 수 있을까. 본디 산업혁명이란 기술의 혁신과 이에 수반해 일어나는 사회, 경제의 구조적 변혁을 일컫는다.
1차는 증기, 2차는 전기, 3차는 정보기술(IT) 이 밑바탕이 돼 산업혁명을 이뤄냈다.

앞서 진행된 3차까지의 산업혁명만 놓고보면 새롭게 등장한 기술들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 냈다. 1차는 농업에서 경공업으로, 2차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3차는 중화학공업에서 IT로 산업의 지형이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대됐으며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일련의 산업혁명 과정에 빗대어 볼 때 현재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모양새가 맞지 않는다. 구글의 알파고, 아마존의 알렉사 등 AI로 대변되는 기술은 여전히 IT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물며 자율주행차 역시 전통 제조업인 자동차와 IT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제3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IT 기술이 진화해 나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해외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신 미국혁신전략', 독일은 '인더스트리4.0', 중국은 '중국제조2025' 전략이라 부른다. 이러한 전략들도 ICT와 제조업의 융복합을 꾀하는 제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제4차 산업혁명에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여전이 정부 주도의 경제 발전 모델을 탈피하지 못한 까딹으로 보인다. 단순 산업 발전 전략보다 한발 더 나아간 거버넌스를 손에 쥐어야 한국 사회와 경제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관치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나오는 제4차 산업혁명 관련 대책들은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그동안의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왔다.
증기, 전기, IT 모두 민간에서 기술을 개발하면 정부가 기술 발전을 위한 규제를 풀거나 각종 지원책으로 뒷받침을 해 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논의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의 주체인 민간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도 사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제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정부가 갖느냐 민간이 갖느냐의 단계에서 지지부진한 논쟁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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