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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예산과 출산율의 상관관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0 17:09

수정 2017.04.10 17:09

[fn논단] 예산과 출산율의 상관관계

지난 10년간 출산관련 예산이 80조원이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합계출산율이 1.3을 하회하는 초저출산국가로 남아 있으니 예산지원이 무슨 소용이냐는 푸념이 만만찮다. 돈을 쏟아부어도 안 되는 것이 출산정책이라는 좌절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에서 시작된 태도일 뿐이다. 이런 태도로는 제대로 된 출산정책이 백년하청일 것 같아 몇 가지만 지적할 테니 독자들이 잘 판단해주셨으면 한다.

먼저 우리나라 출산관련 예산이 너무 많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보육예산이 가파르게 늘다보니 정부지원이 많은 나라라는 착시현상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른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국민총생산 대비 아동가족투자 비중이 2013년 기준 평균 2.4%인데 우리는 겨우 1.3%다. 통계가 있는 33개국 중 끝에서 네 번째로 낮다. 경제수준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저조한 아동가족투자를 하면서 출산율만큼은 고예산국가들처럼 높아야 한다? 그야말로 야무진 꿈이라고 본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예산을 써도 효과가 없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다. 실은 이만큼이라도 출산율이 내려가지 않게 만든 일등공신이 예산 확대인데 도무지 씨알이 안 먹히고 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1년 이래 우리나라 출산율은 해마다 꾸준히 떨어지는 모양새를 그린다. 그러다가 희한하게도 앞전 해보다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해가 가끔씩 나타난다. 하나는 황금돼지 해, 즈믄둥이, 백호띠 아기 등 좋은 아이가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는 해들이고 다른 하나는 획기적으로 출산지원이 확대된 해들이다. 출산지원정책의 확대로 출산율이 오른 시기는 역사상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2006년에서 2007년 기간인데, 이른바 '2005년 1.08 출산율 쇼크'로 말미암아 저출산정책을 본격 출범시킨 시기다. 다른 한 번은 2010년과 2011년 그리고 2012년인데 특히 후자처럼 3년 연속 출산율이 올라간 경우는 필자가 알기론 이때가 유일하다. 그럼 왜 이때 출산율이 연거푸 3년간 올라갔을까. 답은 간단하다. 예산지원 확대 덕분이다. 주지하는 대로 이 기간 전 연령, 전 계층 보육지원이 결정되고 시행됐다. 취학 전 아동의 어린이집·유치원 비용을 국가가 대기 시작하자 가임계층이 반응을 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 반등도 3년에 그치고 말았다는 데 있다.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탓에 파티는 짧게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재정건전성은 나 몰라라 하고 퍼주기 경쟁에만 골몰하다가 소위 '누리과정 예산파동'이나 겪게 하면서 정부 관계자는 물론 어린이집과 영유아가정들이 단체로 기합을 받았다. 적은 예산으로 고소득 가정의 보육비까지 지출하느라 보육 품질을 개선할 여력이 없었던 정책실패도 짚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생색내기식 포퓰리즘 경쟁이나마 잠시 하다 말고 보육확대 이후론 예산지원을 더 이상 늘리지 않으니 출산율 증가도 따라 멈추었다. 이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이만하면 예산과 출산율이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판단할 만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인구를 지키려면 무엇보다 먼저 예산지출의 우선순위와 효과성을 꼼꼼히 따져가며 아동가족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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