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5G 경쟁, 성공전략을 재점검하라] 규제 족쇄에 스마트 헬스케어 등 5G 서비스 꿈도 못꿔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0 19:33

수정 2017.04.10 20:39

(2) 5G 서비스 가로 막는 규제의 덫
각 산업에 얽혀있는 규제로 자율 주행차 등 이용못해
정부 각종 규제 정비 안한채 통신사들에 5G 투자 요구만
美 정부는 규제정비 적극나서
#.삼성전자는 오는 21일 미국 갤럭시S8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갤럭시S8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원격진료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갤럭시S8의 헬스케어 앱이 모바일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날 국내시장에도 선보이는 갤럭시S8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모바일 원격의료 서비스를 합법화하지 않는 규제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 사업 경쟁이 한창이지만,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는게 핵심인 자율주행차 사업에서 국내 대학과 기업들이 시험주행을 통해 확보한 자율주행 데이터는 시험자들의 서버에 잠자고 있다. 이 데이터를 보관, 가공,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5G 경쟁, 성공전략을 재점검하라] 규제 족쇄에 스마트 헬스케어 등 5G 서비스 꿈도 못꿔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서비스 개시를 채찍질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현주소다.
5G용 주파수만 나눠주고 세계 최초로 서비스를 내놓으라고 종용할 뿐, 정작 5G를 통해 생겨날 수 있는 신규 서비스에는 과거형 산업에 적용하던 족쇄를 풀어줄 생각이 없다.

5G는 스마트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 기존 산업에 5G의 빠른 무선인터넷과 첨단 센서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새 산업군이 생겨나는 것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정비해야 할 주체인 정부는 힘을 제 할 일을 다하지 않은채 통신회사들의 5G 인프라 투자만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통신업계의 5G 투자를 요구하기 전에 5G형 신산업이 개발될 수 있도록 규제먼저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G형 융합산업 가로막는 규제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된 개인 건강관리 앱 '삼성헬스' 이용자들은 의사와 화상으로 연결돼 건강 상담은 물론 처방전까지 전송받을 수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른바 '모바일 헬스케어 시대'가 다가왔지만, 이 서비스는 미국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것. 국내 의료법상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대학병원에 도입된 IBM AI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왓슨)'도 한국인이 아닌 서양인 질병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료를 하는 게 한계로 지목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대외정책연구실장은 "모바일 헬스케어를 비롯해 커넥티드 카(ICT가 연결된 지능형 자동차)와 드론 등 5G 기반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를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며 "제도를 변경할 때는 기존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불가피한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산업은 막고 요금인하 강요… 투자 여력 갈수록 줄어

각 산업에 얽혀 있는 규제 때문에 신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서 통신업계의 투자여력을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게다가 선거철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통신요금 인하 요구 때문에 통신업계는 투자는 커녕 현행 유지도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가 이뤄진 2011년 말부터 2012년까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투자비용은 총 15조5000억원에 이른다. 5G는 4G에 비해 약 1.5~2배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반 소비자들의 통신요금만으로는 5G 투자비용과 통신사들의 이익을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5G는 일반 소비자들의 통신요금으로 운용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 신 산업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서비스 비용으로 통신사들이 새 먹거리를 찾아내는 구조인데, 현재 국내에서는 신사업 창출이 막혀 있으니 투자여력이 있을리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해 의료, 금융, 제조 등 다른 산업으로는 한발자국도 뻗을 수 없도록 엄격히 선을 그어놓은 규제가 5G 신산업 개발과 투자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고 있는 셈이다.

■美 정부, 규제 정비로 통신사 5G 투자여력 보장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아지트 파이 신임의장은 "우리의 새로운 비전은 5G 미래 실현에 필요한 거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바로 통신사와 인터넷 업체 간 규제 형평성을 맞추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FCC는 그동안 통신업체에게만 적용됐던 개인정보 보호 규제 조항을 무력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또 FCC는 통신회사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해 놓은 통신망을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정책원칙인 망중립성을 손보겠다는 의지도 표명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와 기간통신회사간 규제 형평을 맞추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ICT 산업 정책의 틀을 새로 설계해 관련 업체들이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직.간접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AT&T 등 미국 통신사업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BM)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조차 활용하는 데 각종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쌓아놓은 진주를 실에 꿰어서 판매하거나 다른 서비스로 확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지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