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 장애, 자식 발목잡지 않길".. 에듀케어, 자녀 교육 지원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1 19:31

수정 2017.04.11 22:45

선천적 장애 지닌 엄마들 건강한 아이 출산하고도
교육과정서 소통 등 문제로 자녀들 후천적 장애 시달려
인천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에듀케어 아동과 부모가 사회복지사, 한솔교육 임직원과 함께 서울대공원으로 문화 나들이를 나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에듀케어 아동과 부모가 사회복지사, 한솔교육 임직원과 함께 서울대공원으로 문화 나들이를 나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에듀케어는 장애 엄마에게 자녀 양육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안겨주는 일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한솔교육희망재단과 함께 에듀케어 사업을 펼쳐온 지역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는 에듀케어를 이렇게 정의했다. 엄마의 장애가 건강하게 태어난 자녀들에게 후천적인 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디딤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 장애, 자녀 후천장애 예방 '디딤돌'

에듀케어는 올해 13년 차에 접어든 여성장애인가정과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전문 교육복지 프로그램이다.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솔교육은 기업 최초로 '아름다운재단'에 사회공헌사무국을 공동 구성하고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여성장애인에게 가사 지원보다 절실했던 것은 자녀교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마의 장애가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후천적인 장애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 상호작용, 애착 부족 등으로 영유아 시기의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한 인지적,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한 탓에 아이들은 언어인지능력은 평균 수준 이하이고 학교생활에 부적응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부모의 장애에 대한 지원은 있어도 건강하게 태어난 자녀에 대한 지원은 찾기 어려웠다. 특히 여성장애인의 자녀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언어 교육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성-장애 및 결혼이주-경제적 어려움-육아'라는 사중고의 무게가 엄마를 넘어 아이들에게도 전달되고 있었다.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도 타고난 잠재력을 펼치며 자랄 수 있도록 교육은 물론이고 문화, 환경에 대한 지원도 필요했다. 한솔교육은 지역의 복지관과 연계해 교육, 생활과 정서까지 다면적으로 지원하는 에듀케어 사업을 시작했다. 마침 2006년 임직원의 자발적인 사회봉사활동 10주년을 맞아 사회복지법인 '한솔교육희망재단'이 설립되면서 에듀케어 사업에 더욱 힘이 실렸다.

■지원받은 아이, 또래들과 더 소통 '변화'

에듀케어 대상은 지역복지관의 추천을 받은 아이들 중 학습진단을 통해 지원이 시급한 아이 중심으로 선발해 평균 2년, 최대 3년까지 지원한다. 한글 교육을 위한 교재와 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매주 한글나라 교사가 방문해 아이에게만 집중하며 1대1 놀이교육으로 한글을 알려준다. 또 언어 진단, 명절 장보기와 생일파티, 문화활동 등 다각적으로 지원한다.

13년간 지원받은 아이들은 576명.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장애인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조사가 극히 드물었던 시절에 일회적인 지원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에듀케어 지원을 받은 아이들의 변화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아이가 글을 읽고 쓰게 되면서 엄마와 또래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게 됐고 이것이 자신감과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졌다는 엄마와 사회복지사들의 경험담은 차고 넘친다. 한글 전문교사가 아이와 수업하면서 언어발달이나 인지심리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부모 입장에서도 장애로 인한 양육의 한계와 부담을 덜어줘 정서적, 경제적인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대부분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방문학습과 생일파티, 장보기 등이 소외됐던 아이들, 그리고 엄마에게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차곡차곡 쌓는 토대가 된 것이다.

학계와 지역사회에서도 에듀케어가 여성장애의 유아기 자녀의 언어발달 지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여성장애인' 중심이 아닌 '자녀' 관점의 사례 관리의 좋은 모델이라고 손꼽는다.

한솔교육희망재단은 에듀케어가 실제적이고 꼭 필요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 요소에 대한 검증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에는 '여성장애인의 비장애유아 자녀의 인지 및 사회적응력 발달'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사업 내용에 반영했다. 또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지적장애인 부모의 경우 책을 읽어줄 수 없어 자녀가 언어자극을 통한 사고력이나 상상력 어휘력 향상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부터는 책을 읽어주고 상호작용을 하는 전자펜 피쉬톡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변재용 한솔교육희망재단 이사장은 "아이가 있는 환경이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한솔교육이 지닌 유무형의 인적 물적 자원을 아낌없이 전달할 것"이라며 "아이는 부모의 힘만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직원 뿐 아니라 고객과도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적 사회공헌 모델을 꾸준히 유지하고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희망재단의 나눔에는 한솔교육의 임직원은 물론, 고객들도 참여하고 있다. 한솔교육 임직원과 희망재단이 위탁운영하는 93개 직장어린이집의 교사와 아이들까지 참여하는 '까치밥' 모금, 장보기나 문화활동의 임직원 자원봉사는 에듀케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다. 한글나눔 프로젝트, 아름다운 책자리 만들기 등 한글교육과 책읽기에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지원은 고객이 참여할수록 지원금도 늘어나는 매칭 그랜트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글나눔 프로젝트는 '신기한 한글나라' 첫 단계를 시작하는 회원의 이름으로 다문화.조손.새터민 가정의 아이들에게 한글 교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글나라를 시작하면서 나눔에 동의하기만 하면 동참할 수 있다. 아름다운 책자리 만들기도 책읽기에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부터는 고객이 전집을 구매한 만큼 기부 수량을 늘리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등한 눈높이로 세상 바라볼 수 있도록"

1997년 교사들의 자원봉사에서 시작된 한솔교육의 사회공헌 활동은 아이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성장을 돕는 데 집중했다.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는 '아름다운 공부방 만들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읽는 시간을 통해 인지정서적 발달을 돕는 '15분 책읽기 캠페인' 시각장애인 부모의 독서교육을 지원하는 '해피맘앤키즈' 등을 지원했고 한솔교육희망재단도 설립 10주년을 맞아 '에듀케어' 사업을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한솔교육 관계자는 "한 개의 사탕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 출발선에서 멀리 뒤처진 한 사람에게 열 개의 사탕을 쥐어주는 것이 더 의미 있을 때가 있다"며 "태어나면서 불리한 위치에 선 아이들, 그들이 처한 보육환경에 더 집중하면서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동등한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보육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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