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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일자리 공약에 대하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2 17:13

수정 2017.04.12 17:13

[fn논단] 일자리 공약에 대하여

현재 우리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다. 일자리는 한 개인과 가족의 생계수단이고, 자아실현의 도구이며 또한 가장 좋은 복지이기도 하다. 청년실업이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령자들도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쟁마저 벌어지고 있다. 생각건대 차기정부가 직면한 여러 문제 중에서 일자리 부족만이라도 상당히 해소할 수만 있다면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대선 주자들은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과제로 삼고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어떤 분야에서 몇 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식의 공약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부족은 여러 분야의 구조적 문제점과 연결된 복합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일자리 부족은 투자부진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투자 활성화 없이는 일자리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기업의 투자 인센티브를 꺾는 규제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제조업보다 훨씬 높지만 높은 규제장벽으로 인해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대선 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대선 주자들은 대기업의 낙수효과 저하를 이유로 중소기업을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 일자리의 고질적 문제인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그만큼 중소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일자리 문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공략해야 한다. 결국 이는 중소기업정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와 연관이 깊다.

한편 우리 노동시장 구조도 일자리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러 국제기구와 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 노사관계 등은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문 지 오래됐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증명된 바 있어 학계에서는 일종의 상식에 가깝다.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고, 실제로 개혁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나라에 필요한 여러 개혁과제 중 노동개혁은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노동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대선 주자는 없다.

결국 투자 활성화,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노동시장 개혁 등 여러 관련분야의 공약들이 일자리 창출과 모순되지 않도록 설계돼야 일자리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려면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일자리 공약은 다각도의 심층적인 검토와 깊은 고민의 산물이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 공약이 과연 그러한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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