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관피아, 과도한 멍에는 벗겨야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3 17:04

수정 2017.04.13 17:04

[데스크 칼럼] 관피아, 과도한 멍에는 벗겨야

'마피아'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할리우드의 명배우 말런 브랜도와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대부'를 통해서다. 미국 범죄조직의 세계를 조명한 이 영화는 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긴장감이 감도는 설정과 충격적인 장면, 배신에 대한 카타르시스적 응징이 잘 버무려져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1973년 개봉된 후 40년 넘게 지났지만 영화 '대부'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찬사나 인기와는 달리 '대부'의 주요 내용은 이권을 놓고 다투는 범죄조직 간 폭력과 암살이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지만 동시에 마피아 패거리의 폭력성과 잔인함, 무서움이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각인됐다.
실제로 미국 마피아의 두목 중 한 명으로 갱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알 카포네는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대 시카고 지역을 무대로 밀주, 밀수, 도박 등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고 '성 밸런타인데이 대학살' 등 수많은 폭력.살인 사건을 일으킨 인물이었다. 원래 마피아는 19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산적 조직이었다. 그중 일부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서 갱조직을 만들면서 범죄조직의 대명사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죄조직의 대명사가 된 마피아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다른 단어와 결합돼 한 집단과 관련 인사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굴레를 만들었다. 모피아(Mofia)가 대표적이다.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모피아는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이 단어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의 인사들이 정계, 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고위직 인사를 독점한다는 의미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더 나아가 '마피아'라는 어감이 덧칠해지면서 마피아식 패거리 문화, 강요나 강압, 불법적 이권개입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까지 겹쳐졌다. 이후 모피아는 관피아, 교피아 등 각종 합성어를 만들어내면서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데 종종 이용되고 있다.

결국 관료 출신 인사라면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조직을 위해 필요한지, 능력은 어떤지 등과 같은 기본적 평가요소조차 따지지 않고 일단 배제하게 됐다. 우연히 만들어진 모피아라는 단어가 한 집단 전체를 부정적 이미지로 규정해 고착화시킨 사례다.

지난해 12월 수협중앙회로부터 독립해 새롭게 출범한 Sh수협은행이 차기 행장 선임에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와 수협중앙회가 미는 인사가 서로 달라서다. 수협 측은 수협은행이 독립됐기 때문에 내부 출신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새 출발한 수협은행을 이끌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파심에 한마디 하겠다.
어느 쪽 의견이 옳은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단지 관피아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돼서는 안 될 일이다.
수협은행의 성장을 위해 어떤 인물이 좋은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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