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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업 권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스타트업 활성화' 토론회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3 19:28

수정 2017.04.13 19:28

"대기업 다니다 회사 차리면 부모부터 말리는게 현실"
"부정적 인식 없애기 위해 학교 창업교육 의무화해야"
"실리콘밸리의 창업 문화는 법이나 제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창업을 권장하는 문화다."(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몸집이 작고 유연한 기업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국내에서도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창업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지난 박근혜 정부때부터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의 직업으로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선호하고, 창업을 말리는 문화로는 창업경제를 활성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때부터 창업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 주최로 열린 '청년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활성화 정책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지난 4년간 기틀을 갖췄다"며 "문제는 여전히 창업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창업 위한 제도적 기반 안착...민간 투자 확산해야"

임 센터장은 "실패를 딛고 재도전을 격려하는 문화, 대기업을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전향한 인재를 다시 대기업이 불러들이는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며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든 것은 제도가 아닌 창업을 격려하는 문화"라고 언급했다. 임 센터장은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 금액은 지난해 2조15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0월 기준 VC로부터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80여개에 불과했지만, 2017년 현재 380여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았다. 1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은 기업도 여럿이다.

그럼에도 임 센터장은 여전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신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자율주행이나 자동차 공유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잘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을 위한 제도가 자리를 잡은 지금부터는 정부가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고 나서는 것 보다는, 대기업이나 VC가 더 모험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 직접 투자를 줄여가고 민간에 의한 투자문화를 확산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다니다 창업한다고 하면? 당장 부모부터 말려"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부정적이라는게 창업에 대한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세인 녹아웃 대표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을 선택한 인물이다. 인기가수 인순이의 자녀이기도 한 그는 헬스케어 분야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MS에서는 퇴사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했을때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국에 돌아왔더니 왜 그런 선택을 했니, 어떻게 하려고 그랬니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며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스트레스보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가 더 컸다"고 털어놨다.

서한석 직토 대표도 "대학을 졸업한 뒤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당장 부모님부터 두손들고 말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문화"라며 "연대보증 문제, 인수합병 등을 통한 엑시트 시 세제혜택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전히 창업을 말리는 문화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창업 권하는 문화, 교육 개혁에서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창업을 권장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성 스푸카 대표는 "미국 대학에서 1년 동안 학생들이 팀을 꾸려 특정 아이디어를 사업화해보는 필수 코스 수업을 들었고, 이 수업이 나를 창업으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수업을 통해 창업에 대해 경험을 쌓으면 스스로 창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 창업 성공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한석 대표도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톱다운으로 학생들 교육 과정에서 필수과정으로 창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내가 창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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