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리빙]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멍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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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생각할 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오늘 날씨는 어떨까? 어떤 옷을 입을까?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등등 일상생활 속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밤까지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노라면 뇌는 더욱더 쉴 시간이 없다. 쉼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뇌가 과부하에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면 ‘멍 때리기’가 필요한 때다.

■2014년 처음으로 열린 ‘멍 때리기 대회’

‘멍 때리기 대회’는 지난 2014년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만 해도 아무것도 안하는 행동에 대해 ‘이해가 안 간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갈수록 뜨거운 인기를 얻어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자리잡게 됐다. 올해가 벌써 네 번째 대회다.

멍 때리기 대회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참가자는 3시간 동안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대회 중엔 말을 할 수 없어 빨강, 파랑, 검정, 노랑색 카드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졸리면 빨강, 목마르면 파랑, 더우면 검정, 기타 불편사항엔 노랑색을 흔들면 진행요원이 필요에 따라 마사지를 하고 물을 제공해준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이 착용한 심장박동 측정기를 통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참가자를 가려낸다.

‘2016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 참가한 안주희(29)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그동안 나를 혹사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웁쓰양컴퍼니가 공동 주최하는 ‘2017 한강 멍 때리기 대회’는 오는 30일에 열린다.

'멍 때리기 대회'를 최초로 기획한 작가 웁쓰양은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사회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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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가 가져오는 효과

멍 때리기는 뇌에 어떤 영향을 줄까.

뇌가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가 가동돼 지친 뇌를 쉬게 만들어 준다. 디폴트 네트워크가 움직이면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수월해지고, 멍할 때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능지수(IQ)를 향상시키는 31개지 생활습관 중 하나로 멍 때리기를 추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불멍’(모닥불 피우고 장작이 타들어 감을 멍하니 보는 것)과 ‘물멍’(물을 보며 멍 때리기)도 유행이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게 하는 멍 때리기는 건강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멍 때리기’의 주의해야 할 점

하지만 멍 때리기가 무조건적으로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나쁜 멍 때리기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생각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꼬리를 물고 반복되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고미영(29)씨는 “잠을 잘 때 멍하게 누워있는 경우가 많은데 ‘취업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과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괴롭다”고 말했다. 멍하게 있는 시간에 자기 자신을 압박하는 나쁜 멍 때리기의 대표적인 예다.

나쁜 멍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빨리 알아채고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습관적으로 장시간 동안 멍 때리기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뇌세포의 노화를 빠르게 하고 치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멍 때리기에도 과유불급의 원칙이 적용된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