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전망대]

끝나지 않는 중동수주 악몽… 유가 하락으로 미수금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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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동 수주 악몽이 끝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정점에 이를 당시 발주된 공사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들 공사와 관련된 기업들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명동의 기업정보제공업체 중앙인터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공사 수주 지역은 주로 중동 산유국이다.

지난 2010년대 초반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일 당시 중동 산유국들은 정부예산을 편성할 때 국제유가를 배럴당 80~90달러 수준으로 가정해 편성했다. 정부발주 공사 역시 이 같은 배경하에 발주됐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정점을 찍을 당시 발주된 공사의 만기일이 2016~2018년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발주 당시와 마찬가지로 국제유가가 80~90달러 선에 머물고 있어야 공사대금을 원활히 지급할텐데 현재 국제유가는 53~55달러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에너지기업이 발주한 공사에서도 미수금이 존재한다.

중앙인터빌 기업분석부 이진희 과장은 "대기업 계열사인 상장 A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100% 지분을 보유한 현지법인이 있는데 해당 법인의 2016년 말 순자산가액은 거의 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라며 "A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5개 공사현장을 가지고 있는데 공사 수주금액은 4조4300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A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12년에 2개, 2013년에 2개 공사를 각각 수주한 바 있다.


이 과장은 "A사의 계열회사인 상장 B사도 사우디아라비아에 현지법인(지분율 99.7%)이 있는데 2016년 말 현재 순자산가액은 약 6600억원 적자로 자본잠식 중"이라며 "B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개 공사를 진행 중이고 수주금액은 약 8조원"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중동에서 저가수주 경쟁을 하던 한국 업체들은 고유가 기조에서도 서로 눈치를 봐가면서 출혈 경쟁을 벌였다"며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이후 좀처럼 국제유가의 반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플랜트부문도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는 A사, B사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충분한 준비를 해서 진출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하물며 중견 건설사들의 단독 해외진출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