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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변혁'속도전'… 韓 기업은 강건너 불구경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7 19:36

수정 2017.04.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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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필요성 알지만 구체적 실행전략 마련안해"
컨설팅기업 맥킨지 지적
#. 테슬라는 지난 10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2000년 대 초반에 출범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위이자, 11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GM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변혁'속도전'… 韓 기업은 강건너 불구경


글로벌 상위 기업 순위가 평균 5년 단위로 바뀔 만큼 '초경쟁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 등록된 기업의 평균 수명은 1920년대 67년에서 최근 15년으로 줄어든 상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 2020년 전후엔 이 수치가 평균 10년으로 단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급변하고 있는 세계경제 속에서 유독 한국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을 기반으로 민첩성을 확보하는 데 둔감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설 실행전략은 마련하지 못한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만 되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일한 한국 기업들, '디지털 변혁' 실행 전략 없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열린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존법'이라는 발표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디지털 변혁의 필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맥킨지 관계자는 "디지털 변혁에 대한 기업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면, 글로벌 업체들은 내부 경영컨설팅 결과에 대해 치열하고 격렬하게 논쟁을 펼치면서 대응전략을 모색한다"며 "반면 한국 기업체들은 컨설팅 결과를 대체적으로 수긍하면서도 정작 실행에는 옮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업체들은 아직도 현재의 상황을 미룰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미뤄보자는 마인드가 뿌리 깊이 있다"며 "이미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진 상황에서 향후 2~3년 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과 자체 개발을 통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는지 확인한 뒤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일례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미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한 가운데 있지만, 우리나라는 1970년대 산업구조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지수는 △1970년대 1.48 △1980년대 0.9 △1990년대 0.73 △2000년대 0.48로 낮아지더니 △2010년대에는 0.4까지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산업 지각변동 와중에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변화는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강자 GE, 디지털 변혁으로 추가 수익 1조 달성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의 수명이 급속히 단축되면서 기업들의 순위 바뀜에 가속이 붙고 있다. 2000년 대 들어 '포천 500대 기업' 중 절반(52%)이 사라질 정도로 기업의 평균수명이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과 아마존, 우버 등 AI와 ICBM 기술 및 인력으로 무장한 업체들이 자동차, 유통, 물류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전통강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BMW 등 전통 강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나 SAP 등 정보기술(IT) 업체와 손잡고 디지털 변혁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GE는 자체 개발한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프리딕스'를 MS 클라우드인 '애저'에서 구동하고 있다. 프리딕스는 항공기 엔진 등 대형 기계에 센서 등을 부착,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신속 정확하게 경영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GE는 프리딕스를 활용해 항공기 유지보수를 강화하며 약 10억 달러(약 1조195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내고 있다. 2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 강자였던 GE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변혁을 통해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난 결과다.


이와관련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기업들이 지금이라도 융합 서비스 개발과 디지털 변혁 실행 전략 마련 등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이라도 모색하는데 시급히 나서지 않으면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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