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이제 추억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지켜주는 것도 게임회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보답이자 사회공헌이라고 봐요."
17일 경기 성남 판교 넥슨 사옥에서 만난 문채후 디렉터(사진)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 스스로의 인생도 멋지게 기획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 게임이 나와도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는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출시된 지 약 20년을 바라보는 한 게임이 화제가 되고 있다. 게임의 이름은 '어둠의 전설'. 넥슨의 초기작인 '바람의 나라'와 넥슨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 클래식 게임이다.
내년 20돌을 맞는 이 게임이 최근 화제가 된 이유는 '운영자의 컴백' 때문이다.
"언제 넥슨이 서비스를 종료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가 나돌던 올 초 넥슨은 "클래식 게임을 다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20년 된 추억의 게임이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자 옛 게임을 그리워하던 유저 수가 2~3배 증가했다. 이때 문 디렉터도 관리자로 돌아왔다.
한정된 인력으로 큰 수익이 안 되는 클래식 게임에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큰 수익을 바라지 않아요. 회사도 유저들이 게임을 지켜준 것에 큰 감동을 받았고, 이제는 우리가 이들을 위해 보답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생긴 거죠."
빠르고 간결한 게임이 대세이지만, 결과를 얻는 과정의 재미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유저가 많다는 게 문 디렉터의 생각이다. '어둠의 전설'이 '요즘 게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지금껏 수많은 게임에 참여했지만 그중에서도 문 디렉터는 '어둠의 전설'을 가장 아낀단다. "게임회사를 동경하던 사람인 제가 입사하고 신입으로 처음 맡게 된 게임이죠. 다른 설명이 필요한가요."
좋은 게임은 어떤 게임이냐는 질문에는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간단하게 답한다. 그는 "PC가 대중화되기 전인 어릴 적에는 친구들끼리 여러 놀이를 하면서 보냈다"면서 "좋은 게임이란 일상의 무료함을 날릴 수 있는 즐거움과 재미가 있고, 어떤 형태로든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중장년층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관련해선 "아쉽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한 게임에서 사람들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의학적 난제를 풀어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 적이 있어요. 이런 공익적인 게임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작게는 사랑받는 게임, 크게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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