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디지털금융, 기존 은행 질서를 흔들다] 문열린 '손안의 은행'.. 무한경쟁 본격화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8 17:18

수정 2017.04.18 22:39

(3) 은행 '일 하는 방식'도 바꾼다
인터넷전문銀.모바일앱 돌풍.. 금융거래 시공간제약 사라져
시중銀 유연근무제 속속 도입.. 세무.WM 전문가 양성 분주
[디지털금융, 기존 은행 질서를 흔들다] 문열린 '손안의 은행'.. 무한경쟁 본격화

은행 임직원들의 일 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영업점이 필요없고 영업시간의 개념도 사라진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다. 비대면 상담업무가 활성화되면서 실제 영업점에서 고객을 마주하는 은행 직원들은 '특기'를 가져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진단이다.

■은행 업무시간.업무공간 개념 사라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기존 은행 영업시간의 틀을 깨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초반 돌풍을 이어가는 등 24시간, 완전 비대면 은행 모델이 시장에 안착한 가운데 은행 상담 업무는 영업점에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면 상담 대신 전화나 이메일, 메신저 등을 통한 비대면 상담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시간대별 가입자 비중을 분석한 결과 은행 업무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가입한 고객이 전체의 31.9%를 차지했다.
심야시간대인 자정에서 오전 6시까지 가입자 비중도 5.3%였다.

일반적인 은행의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4시) 개념이 없는 24시간 은행이 나타나면서 평소 은행 방문이 힘들었던 사람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영업시간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거나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원격 근무가 가능해짐에 따라 은행원들의 업무 공간과 시간 제약도 사라지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데서 나아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도 은행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교대 운영지점은 오전 9시와 정오로 직원의 출근 시간을 나눴다. 상담 고객이 많은 오후 시간대에 인력을 집중하고, 오후 출근하는 직원을 활용해 영업시간을 오후 4시에서 7시까지 늘린다. 애프터뱅크는 은행 개점시간을 10시~12시로, 폐점 시간도 오후 5시~7시로 조정한 특화점포 모델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도입한 스마트근무제는 직원들이 업무 시간이나 업무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상 야근이 필요한 날에는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고 가까운 스마트워킹센터에서 편한 복장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은행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기획 아이디어 도출, 디자인 개발 등의 업무는 재택근무 형태로도 가능하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업무공간을 벗어나는 개념이 아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모델이다. 우리은행은 핀테크 관련 본부 부서와 기업고객 거래가 많은 지점 등 평소 야근이 많은 부서.지점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를 시범 시행하고 있다.

■은행원 '전문성' 강화돼야 할 시대

은행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단순 상담 업무가 전문상담센터로 바뀌고 일부 은행들은 사람이 아닌 '챗봇'이 상담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고객 상담 업무가 집중되고 그나마도 인공지능(AI)이 대체하면서 은행원들은 과거보다 더 전문성을 갖춰야 하게 됐다.

씨티은행이 영업점의 80%를 폐쇄하고 기존 직원들을 인바운드 상담 센터인 고객가치센터와 텔레마케팅 등 아웃바운드에 집중하는 고객집중센터에 재배치 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씨티은행은 대면 채널을 자산관리(WM)와 여신영업에 특화된 점포로 만들고 고객집중센터 직원들을 스페셜리스트, 유니버셜리스트, 애널리스트 등으로 칭하는 등 전문성을 부여하고 있다.

금융전문인력을 전통적인 영업점 채널에서 벗어나 모바일, 인터넷 등 디지털 채널로 재배치 해 고객들이 비대면 채널에서도 영업점 수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부동산이나 세무 등 자산관리 각 분야에 특성화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경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계열사간 교류도 시행중이다.


다만 은행권에 도입되고 있는 유연근무, 전문성 강화 등 일련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같은 움직임이 결국 인력 감축의 한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점포 폐점은 영업점 경력 20~30년 가량의 직원들에게 하루아침에 콜센터 업무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라며 "담보대출, 방카슈랑스 판매 등 중요 거래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점포를 폐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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