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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산업 전담부처 필요하다] AI·핀테크 등 산업전반 밀어주는 '서포팅타워' 만들어라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8 19:41

수정 2017.04.18 22:34

정부 조직개편 목소리 확산
과거 전통산업 육성하던 틀에서는 4차 산업혁명 물결 따라갈수 없어
연세대 이봉규 정보대학원장 "컨트롤타워 같은 개념이 아닌 협업.공조하는 플랫폼 역할해야"
과학-ICT 융합이 기본 골격
장기적 안목 필요한 기초과학과 단기성과 쉬운 ICT 합쳐야 '혁신'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사업을 위해 지난 4년간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와 택시운송사업조합 등 모든 기관을 뛰어다녀야 했다. 기본 국내 운송사업 패턴과 다른 방식의 혁신사업 하나를 시작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규제가 그만큼 여러곳에 얽혀 있었던 것이다.#.환자의 상처가 제대로 아물고 있는지, 감염 같은 부작용은 생기지 않았는지를 붕대가 나노센서로 감지해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통해 의사와 환자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붕대(드레싱)'가 개발됐다. 과학기술과 5G가 융합한 혁신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현재 국내 상태로는 스마트 붕대는 불법이다. 보건복지부, 의료계, 과학기술계, 혁신산업계의 이해가 부딪치는 분야에서 해결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산업 전담부처 필요하다] AI·핀테크 등 산업전반 밀어주는 '서포팅타워' 만들어라


연세대 이봉규 정보대학원장.
연세대 이봉규 정보대학원장.

세계 경제가 빠르게 혁신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에서 혁신산업을 도맡아 지원할 수 있는 전담지원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정부 부처가 기존 산업의 틀에 맞춰 지원과 규제를 담당하는 구조로 짜여있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바이오 같은 혁신산업은 정작 지원과 규제의 방향을 논의할 정부 내 부처를 찾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든 대선 주자들이 한결같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한국 경제의 생존 활로를 찾겠다고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혁신산업에 대한 정책 공백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 ICT를 기반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혁신산업에 대해 여러 전통산업 관련 부처에 흩어져 있는 규제를 찾아내 개선하고, AI등 혁신산업에 활용되는 기술 발전의 윤리적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전담부처를 차기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혁신산업 전담할 '서포팅 타워' 필수"

연세대 이봉규 정보대학원장은 18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혁신산업 정책 전담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혁신산업 전담부처는 정부 조직간 협업과 공조를 이뤄내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차기 정부의 혁신산업 전담부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혁신산업은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어서 정부의 전담부처는 과거 개념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산업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서포팅타워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업 국가로의 경제구조 개편, 혁신 신업의 육성, 미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도 혁신산업 전담 부처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 전통 산업을 육성하던 정부의 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갈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고려대 권헌영 교수는 "AI, 공유경제 등 혁신 기술 기반 산업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한국은 기존 산업과의 충돌, 규제 이슈 등으로 발전이 저해돼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AI, 증강현실, 핀테크 등 혁신 기술 기반 산업의 규제를 혁파하고 육성에 주력할 전담 부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터넷기업협회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초청해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혁신 창업기업 중심 경제 구조를 만들면 미래 지향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디지털 경제, 혁신경제에 대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 지난 28년간 미국 창업기업은 해마다 300만개씩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반면 기존 산업군에서는 100만개씩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역시 창업기업이 매년 125만개씩 일자리를 늘리는 동안 기존 산업군에선 89만개씩 감소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혁신 창업기업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전략으로 과거형 가치와 혁신적 가치를 조율하는 정책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을 추진하다 보면 과거 가치, 제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이때 혁신을 지지하는 환경과 정책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 골격은 과학과 ICT의 융합

혁신 전담부처의 골격은 과학기술과 ICT를 합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단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AI기술은 뇌과학은 물론 첨단 센싱기술, ICT 통신망 기술과 결합해야 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 관점의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기술과 단기적 성과를 창출하는 ICT가 결합해야 혁신산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ICT 분야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취약한 기초.원천 기술의 경쟁력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확대로 해결하고 기초과학의 성과 창출을 위해 ICT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적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과거 과학기술과 ICT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인프라로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부수적 도구로 인식하는 정책 마인드로 여러가지 실패를 경험했었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과학기술과 단기 성과가 가능한 ICT 정책을 통합해 혁신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이 방법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산업 중심의 정부조직개편 논의 안돼...정부조직개편부터 혁신적 사고 필요"

정치권에서는 "다음달 대선 이후 본격화될 정부조직 개편 논의 과정에서 빗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소위 '최순실 게이트'에 이름이 거론된 정부부처에 대한 단죄"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차기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은 앞으로 5년간 한국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대승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과거 일부 권력자의 잘못을 정부 조직개편의 명분으로 삼는 과거형 사고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대 위정현 교수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다양한 부처들의 조직개편 예상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논의들이 제조업이나 통신사 등 과거형 산업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제4차 산업혁명과 콘텐츠가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하는 만큼 콘텐츠와 과학기술, ICT를 결합한 일원화된 부처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거론되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은 게임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쉬운 분야로 꼽힌다.
위 교수는 "VR과 AR은 어떤 콘텐츠와 결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VR과 AR처럼 콘텐츠와 ICT가 전면 결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를 한번에 전담할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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