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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산업 전담부처 필요하다] 흔적지우기식 정부 개편, 정책 연속성 떨어뜨려… ICT 경쟁력에도 '毒'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8 19:42

수정 2017.04.18 19:42

5년마다 신설.통폐합 하다보면 새 부처가 산업 이해하는 동안
글로벌기업에 주도권 내주는 셈
[혁신산업 전담부처 필요하다] 흔적지우기식 정부 개편, 정책 연속성 떨어뜨려… ICT 경쟁력에도 '毒'

조기 대선과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두고 정부조직에 대한 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5년 단위로 바뀌는 정부조직이 정책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산업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전임 정권 흔적 지우기'를 위해 5년마다 이뤄지는 부처 신설 및 통폐합이 정책 연속성을 무너뜨리면서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혁신산업 지원,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기반으로 조직표를 짜야 한다는게 행정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혁신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완전히 새로 짜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산업발전의 속도를 정부가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부처가 산업에 대해 이해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세계 혁신산업의 주도권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독차지가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ICT와 혁신산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는 과거 정책의 연속성에 혁신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해야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ICT 선진국은 최고 행정부 산하에 ICT 컨트롤타워를 설치,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관련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부처를 기능별로 쪼개거나 붙이는 논쟁은 그만두고, 유능한 정부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좀 더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CT와 과학기술 전담부처 잦은 교체…ICT 경쟁력 약화

18일 국회 및 ICT 업계에 따르면 1993년 문민정부(김영삼 대통령)가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한 이후, 매 정권마다 ICT R&D와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가운데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당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정보기술 산업정책,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 연구개발 정책을 통합해 지식경제부를 신설했다. 또 정보통신부의 통신 서비스 정책.규제기능과 방송위원회의 방송정책.규제기능을 통합해 대통령 소속의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 ICT R&D 단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ICT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잘못된 명분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방통위와 각 부처에서 중복된 ICT 정책을 추진하면서 예산이나 업무 평가 등에 있어 부처 간 갈등이 심했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즉 ICT가 유통, 물류, 제조 등 산업 전반에 녹아들어가 시너지를 내는 주요 인프라란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경영대학 신민수 교수는 "ICT 선진국을 따라가기에도 버거운 우리나라가 최근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들의 추격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정권의 ICT에 대한 철학 부재와 상황인식 부족이 초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 등 ICT 주요 선진국 '정책 연속성'이 핵심

반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은 각각 1934년, 1950년 출범한 이후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01년 신설된 총무성이 15년 넘게 국가 ICT 정책을 세우고 R&D를 지원 중이다. 그 결과, 최근 첨단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뇌 과학이나 원천.융합 기술 전반에서 우리나라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정부가 들어서면서 FCC 의장도 바뀌었지만, 현지 업계의 혼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아지트 파이 신임 의장이 임명 전부터 FCC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망중립성 등에 대한 정책 소신을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에 정책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인물이란 평가"라고 전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4차 산업혁명 등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조직이나 수장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면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정권 교체에 따른 잦은 부처 변경은 기존의 정책과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때 ICT 규제 부문은 부처가 바뀌어도 역할이나 예산 부문에 큰 변화가 없지만, 산업 진흥 등 육성책에 있어서는 중.장기적 로드맵과 대규모 투자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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