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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특허와 부동산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3 17:28

수정 2017.04.23 17:28

[차관칼럼] 특허와 부동산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발명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허. 예전에 비해 국민과 많이 가까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낀다. 이해를 돕기 위해 부동산과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동산은 누군가 부당하게 가져가면 점유권 침해로 다스리면 되지만 부동산은 침해를 판단할 때 소유권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등기부를 만들어 관리한다. 소유자와 소유대상 부동산을 기재한 등기부에 면적이나 지번 등이 명확히 기재돼 있어 자신의 소유권이 누군가에 의해 침해되고 있음을 주장할 수 있다.

부동산 등기는 특허에서 등록과 비슷하다. 국가가 새로운 발명임을 인정해 공신력 있는 특허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산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의 범위에는 차이가 있다. 부동산은 등기에 권리범위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어 어디까지가 내 땅인지 경계가 분명하지만 특허는 그렇지 않다. 등록된 특허라도 권리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심판이나 소송까지 가면 같은 특허의 권리범위가 서로 다르게 해석되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허 자체도 어려운데 특허의 권리범위라니,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내가 가진 부동산의 면적, 지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특허의 권리범위다. 특허의 권리범위를 결정하는 것을 청구범위라고 한다. 보통 청구범위가 짧을수록 혁신적이며 돈 되는 발명일 가능성이 높다. 길고 복잡하면 권리범위가 좁아진다. 권리범위가 좁다면 특허를 받아도 겨우 자기만 실시할 수 있고 남이 조금만 다르게 베껴도 침해를 주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특허의 권리범위는 자로 잰 듯 명확하지는 않다. 누구나 집에 한 개 정도 있는 온수매트 특허를 보자. 심사관은 매트의 체결나사만 특허성을 인정해 줬지만 특허권자는 마치 매트 전체가 특허를 받은 것으로 알고 다른 사업자들에게 특허분쟁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동산 소유권처럼 명확하고 강력한 권리가 특허에도 적용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것은 문제가 있다. 먼저 특허의 권리범위가 부동산 소유권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특허권은 한정된 기간만 존속하기 때문에 비록 권리가 명확하더라도 소송이 길어지면 골든타임은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과는 달리 그 침해가 불특정다수에 의해 이뤄지기도 한다. 이렇듯 특허는 일반 소유권에 비해 권리행사가 어렵고 복잡해 사람들은 쉽고 간편한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영업비밀보호로 대응하거나 부정경쟁방지의 기본 정의로 대응하는 것이다. 사실은 이런 게 특허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다. 필자는 부정경쟁방지법은 앞으로 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업화가 가능하거나 강한 청구범위를 가지거나 오래갈 기술 등은 특허로 보호해야 한다. 다만 쉽게 모방할 수 있거나 출원 전에 탈취당한 아이디어와 같은 경우에는 부정경쟁으로 대처하는 것이 특허권이 나온 뒤 경고장을 보내는 것보다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남의 땅을 자기 땅이라 우기는 것이 잘못된 행위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베끼는 것이 나쁜 행위이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는 아직도 인색하다.
필자는 모두가 '베끼는 것은 나쁘다'는 기본 인식을 가진다면 특허든 영업비밀이든 상표든 상관없이 남의 것을 사용할 때는 정당한 보상을 하는 그런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최동규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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