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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돈버는데 만족하면 안돼...게임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산업"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5 14:10

수정 2017.04.25 14:10

게임이 한국경제를 이끌고 사용자들에게 인정받는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게임 개발에서 벗어나 디지털 스토리텔링 전문 산업으로 성장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또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기술발전의 촉매제로 자리를 잡아야 게임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이용자의 사행심을 조장해 수익을 올리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의 핵심으로 게임이 자리매김한다면 자연스럽게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게임 하나가 다양한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해 핵심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블리자드엔터네인먼트의 온라인게임 '워크래프트'는 영화로 개봉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게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영역 확대는 비단 영화에 그치지 않고 뮤지컬,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 등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포켓몬, 콘텐츠의 발전 방향 제시
25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에서 출발해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인기를 얻고 있는 '포켓몬'은 콘텐츠로서 게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일반적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 일본에서 초등학생용으로 제작된 '포켓몬'은 오락게임으로 시작했다. 이후 게임이 인기를 얻자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특히 지난해에는 증강현실(AR), 모바일과 손잡으며 다시 한번 '포켓몬' 열풍을 불러왔다. 과거에도 VR을 내세운 게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VR 게임들은 소위 이야기하는 킬러 콘텐츠를 만나지 못해 실패했던 사례가 많았다. '포켓몬 고'의 경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콘텐츠가 AR과 융합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등장했던 AR 게임이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라졌던 것을 보면 단순히 AR 기능을 넣는다고 포켓몬 고와 같은 인기를 얻을 수는 없다"며 "20여년 넘게 이용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콘텐츠의 힘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핵심 콘텐츠 활용 시도
리니2 레볼루션 대표 이미지.
리니2 레볼루션 대표 이미지.

국내에서도 제2의 '포켓몬'을 노리는 게임이 존재한다. 우선 스마일게이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크로스파이어'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았는데, 국내보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스마일게이트의 핵심 먹거리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만 매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스마일게이트에 안겨 주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의 IP 다각화 일환으로 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게임으로는 최초로 헐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인 오리지널 필름과 영화 제작 계약을 체결했, 지난해 10월에는 유명 시나리오 작가인 척 호건과 계약을 맺었다. 현재 시나리오 제작 작업이 한창이다.

'크로스파이어'의 뒤를 이을 작품으로는 '리니지'가 꼽힌다. 엔씨소프트가 1998년 선보인 '리니지'는 30~40대의 충성고객인 린저씨(리지니+아저씨)를 보유하고 있다. 출시 18년이 지났음에도 '리니지' 시리즈는 연간 4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리니지' IP 또한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이 손쉬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리니지' IP는 플랫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PC 온라인게임이 모바일로 재해석돼 나온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리니지 IP의 힘을 입증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의 경우 단순 게임 제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리니지 IP를 활용한 웹툰, 웹소설, 영화까지 만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사례 만들어 인식 전환 주도해야
국내에서 게임이 문화 콘텐츠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단순 게임의 성공 외에도 영역을 확장한 성공사례가 만들어져야 대중의 인식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명 게임 IP들은 웹툰, 문화 공연, 제약, 식음료 등으로 영역을 넓혔으나 대중의 인식에 각인될 만한 성공사례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스토리와 캐릭터를 테마로 만들어진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을 활용한 아이스크림, 파티케임즈가 추진 중인 게임 IP의 드라마화 등 다양한 시도는 있었으나 실제 성공사례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문화 콘텐츠로 게임이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게임은 이미 콘텐츠 산업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화 콘텐츠로 게임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게임 영역 외에도 성공사례가 나와줘야 대중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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