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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서민금융은 '관계형 금융'으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6 17:13

수정 2017.04.26 17:13

[fn논단] 서민금융은 '관계형 금융'으로

서민이 은행에서 대출받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제3자 연대보증으로도 쉽지 않다. 은행에서는 개인신용도, 담보, 은행거래내용 등을 고려해 대출한도와 적용금리가 자동 산출되도록 시스템화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민에게 금융 이용 기회를 주지 않을 수는 없다. 서민들의 긴급 생계자금이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필요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일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금융사의 존재 이유이며 사회복지후생 면에서도 그 타당성이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사의 대출 가부 결정방식이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고객의 재무상태, 신용등급 등 정량적 정보를 활용해 대출 가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거래형 금융'을 해오고 있다. 서민이 은행 대출을 이용하기가 어렵게 돼있다. 객관적 정보가 충분치 못한 서민들에게는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Banking)으로 가야 한다. 개인의 품성, 평판, 가족관계, 열정, 자영업자인 경우는 업종, 경험, 현금흐름, 현장방문을 통해 얻은 연성 정보 등을 종합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환 능력이나 자활 가능성을 판단한 후 대출 가부 결정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미소금융 이사장으로 재직할 때 대출심사기준을 이용자의 연성정보를 활용한 관계형 금융으로 개선한 바 있다. 그 결과 이용자 수가 매년 약 20% 증가했다. 연체율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정보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 금융 이용자와의 초기 상담과정에서 유용한 정보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기법 등 상담 스킬을 갖춘 전문요원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상대방이 진솔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도록 유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금융상담 경험이 풍부한 은퇴 금융인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빅데이터 활용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개인정보 보유기관의 정보도 개인정보보호 측면을 고려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프로세스를 충실히 준수한 건에 대해서는 비록 부실이 나더라도 고의 중과실이 없다면 취급자는 면책돼야 한다. 관계형 금융에 대한 건전성 분류 기준이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도 기존의 타 대출에 비해 완화돼야 한다. 이런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고는 금융회사에서 직원이 서민대출을 적극 취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계형 금융은 정보수집 단계부터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선결과제도 해결해야 하고 걸림돌도 많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서민금융기관은 특히 관계형 금융이 향후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7%에 이르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대한 금융관행이 관계형 금융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종휘 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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