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삼성전자와 오너의 부재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7 17:17

수정 2017.04.27 17:17

[기자수첩] 삼성전자와 오너의 부재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역시는 역시'라는 말이 있다. 생각했던 것만큼 일을 잘해 결과가 좋거나 기대치를 만족시켰을 때 '역시'를 두번 강조해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두고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삼성은 삼성이다'가 그것이다. 27일 삼성전자는 1.4분기 실적을 내놨다. 10조원에 가까운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단다.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다. 이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과 업계에선 '삼성은 삼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권가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2.4분기부터는 삼성전자가 12조원을 벌 것으로 내다본다. 이렇게 장밋빛 전망 일색인데 정작 회사 내부는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앞날이 불투명해서다.

많은 사람이 "오너가 없어도 삼성은 실적이 좋네" "오너가 없으니까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르네"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얘기다.

이번 실적의 면면을 보면 절반 이상은 반도체에서 나왔다. 메모리반도체 독주 체제를 굳힌 삼성전자가 유례없는 슈퍼호황을 맞아 잭팟을 터트린 것이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투자산업이다. 보통 반도체 1만장을 만드는 데 약 1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신설된 공장에서는 보통 10만장 이상씩 생산되니 공장 하나를 짓는 데 10조원 넘는 돈이 드는 셈이다. 실제로 새로 건설 중인 삼성전자 경기 평택공장과 SK하이닉스 충북 청주공장에는 15조원을 웃도는 투자가 단행됐다.

삼성 반도체의 성과는 투자의 열매다. 오늘의 결실이 있기까지 그동안 삼성은 매년 수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또 조율해왔다.

임직원들은 단지 충성심으로 이 부회장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오너가 없는 오너 회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조 단위의 투자는 오너가 아니면 책임질 수 없다. 전문경영인은 회사를 그만두면 끝이다. 그러나 남은 임직원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오래간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속적이고 유연한 투자가 멈추게 되면 '삼성의 신화'도 장담할 수 없다"며 "어쨌건 삼성은 오너 회사다. 기업들이 4차 산업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시기에 삼성도 오너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에 적기를 놓치지 않고 몇 년 뒤에도 삼성이 지금처럼 "삼성은 삼성이다"라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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