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총 300조’ 삼성전자] 이재용, 지배력보다 ‘삼성의 경쟁력’ 택했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7 17:30

수정 2017.04.27 21:53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포기, 왜?
지배권 강화 ‘최선의 수단’ 포기.. 현 체제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자사주의 13.3% 40兆 규모 소각.. 외국계 자본 공격땐 방어력 취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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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7일 지주회사 전환 포기를 선언한 직후 지주사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증권업계도 어떤 의미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증권시장 개장과 함께 급락, 210만원이 깨지며 209만8000원까지 하락했다. 곧 반등하기 시작, 전날보다 5만2000원(2.43%) 급등한 219만2000원으로 장을 마감, 시총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반면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수혜주로 꼽히던 삼성물산, 삼성SDS 등 계열사는 급락을 면치 못했다. 삼성물산은 9000원(6.84%) 하락한 12만2500원에 장을 마쳤고, 삼성SDS는 9500원(6.48%) 떨어진 13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포기는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삼성그룹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과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삼성물산과 분할된 지주사의 합병이 공식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지배구조 강화 대신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택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에 이은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포기는 '정도경영'으로 가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배력 강화보다 경쟁력 강화 선택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 것은 현 체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를 뒤흔들기보다는 지배력 강화를 포기하더라도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뜻이 담겼다.

삼성전자 역시 지주사 전환이 현재의 구조 대비 뚜렷한 개선요인이 없어 주주 가치와 회사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 사업구조는 스마트폰, TV 등 세트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경기가 하락해도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기술과 설비에 대한 과감한 선제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수익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활용하는 등 선순환적 사업구조가 지속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가지지 못한 삼성전자의 강력한 장점이다. 지주사 전환 포기는 현실적 어려움과 함께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연이어 반삼성 법안을 내놓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최근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대기업이 지배구조 강화 방안으로 사용한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 △자사주의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고 배정 시 법인세(22%) 부과 △자사주의 분할신주를 통해 부활한 의결권 제한 등의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자사주 소각으로 지배력 약화 가능성

삼성전자가 이날 40조원 규모의 보유 자사주 13.3%를 전량 소각하기로 한 것은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법에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을 통할 경우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한다. 삼성전자 지주사가 사업회사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후 삼성전자 지주사가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17.08%를 보유한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같은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권 강화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문제는 지주사 전환 포기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5%), 이재용 부회장(0.6%) 등 오너 일가와 삼성물산.삼성생명 등 계열사가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합치면 18.2%다.
반면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율은 50%를 넘는다.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가 외국계 주주들과 손잡고 공격해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재의 사업구조가 차별화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서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만 자사주를 소각, 지배력 강화 자체를 포기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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