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전인 2000년 어느 날, 스파르타식 관리로 유명한 강남의 한 재수학원에 다니던 한 재수생은 매서운 몽둥이질로 이름 난 '오 과장'의 눈을 피해 학원 후문으로 도망쳤다. 학원에서 숨 쉬는 것과 화장실 가는 것을 제외하곤 공부 밖에 하지 않던 그가 그 일로 엉덩이를 맞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당시 그렇게 구하기 힘들던 290㎜ 사이즈의 오렌지 스우시 '에어포스' 운동화를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6조원 육박하는 지금은 상상조차 어렵지만, 신상 에어포스는 매장에 깔리는 순간 동 나던 시절이었다.
옷 잘 입던 그 재수생은 13년 후 남성복 브랜드를 창업한다.
이 대표가 제시한 새로운 방식의 '쇼핑 패러다임'은 '옷을 잘 입고 싶다'는 의욕은 넘치지만, 매번 거액을 들이고도 이른바 '아재 패션'을 벗지 못하는 우리 시대 바쁜 남성들에게 제대로 먹히고 있다. 그래서 스트라입스의 고객들은 대부분 충성도가 높다. 이 대표는 "실제 스트라입스 구매 고객 중 1년 이내 재구매하는 고객이 55%가량 된다. 6개월 내에 재구매하는 고객도 40%에 달한다. 평균 객단가는 40~50만원선으로 우리 스타일 컨설턴트가 추천해 준 스타일로 여러 벌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시스템을 '발명(!)'했을까. 이 대표는 "늘 창업을 꿈꿔왔다. 어렵게 창업 기회를 얻었을 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당시엔 점포를 얻을 만큼, 재고를 안고 갈 만큼 넉넉하지 못했다. 트렌드를 선도할 능력도 없었다. 그래서 '주문 제작방식'으로 '기본에 충실한 셔츠'를 팔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진보는 거듭되고 있다. 이 대표는 "2015년 SK플래닛 등으로 투자받은 자금 50억원으로 제조공장을 인수하면서 스트라입스의 약점이던 낮은 영업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비스 영역도 넓어진다. 그는 "프리미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트라입스 테일러드'부터 기성 사이즈와 핏을 조합해 맞추는 '스트라입스 커스텀' 등 그간 축적한 7만여건의 데이터를 활용한 새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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