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화학물질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30 17:06

수정 2017.04.30 17:06

[특별기고] 화학물질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돌이켜 보면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2012년 구미 불산누출사고 등은 화학물질의 잠재적 위험성을 우리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현대생활의 필수재인 줄만 알았던 화학물질이 사업장은 물론 일상생활에까지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뒤늦은 교훈을 준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두고 세상을 뜬 엄마, 언제 뗄 수 있다는 기약도 없이 산소호흡기를 끼고 등교하는 어린이 등등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희생자가 된 이들의 사연과 유가족의 절규를 다시금 상기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고 발생 이후 정부는 2013년 기존의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으로 전면 개정하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제정해 2015년부터 시행함으로써 적시에 화학사고에 대응토록 하는 등 사업장 내 유해화학물질 취급.관리를 강화하고, 화학물질 유해정보를 사전에 확보토록 하는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해 왔다. 첫술에 배부르랴. 작년에는 검찰의 재조사를 시작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재조명됐고, 또 한 번 화학물질 안전에 관한 경종을 울리게 됐다. 공기청정기 항균필터, 살생물질 방향제 등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케미포비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국민적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부의 화학물질 안전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 독성이 높은 수많은 살생물질들은 소량이라는 이유로 규제 없이 유통되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나아가 정부는 단기적인 제도개선에만 집중한 나머지 현장에서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에는 정작 소홀하다. 현재 화학물질의 위해성평가, 장외영향평가 운영인력뿐만 아니라, 생활화학제품 유통관리에 필요한 집행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차기 정부는 고조된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화학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감한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생활화학제품에 사용되지 않도록 '살생물질안전관리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아울러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기업이 등록하도록 하는 화평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제도의 현장 이행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적 추세에 따라 화학안전 전담기관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유럽은 유럽화학물질관리청(ECHA)을 설치해 화학물질의 전 생애에 걸쳐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환경청(EPA) 내 화학물질관리 총괄기구를 설치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화학물질 제조.수입부터 사업장관리, 화학제품 원료규제 등을 총괄할 기관을 설치해 시너지효과를 높여야 한다.

더구나 화학물질 평가와 관리업무가 현재와 같이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는 현실에서는 그 전문성은 물론이고 일관적인 행정집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본들 그 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행정조직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법은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장식품에 불과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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