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금호타이어, 쌍용차 전철 밟나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1 16:44

수정 2017.05.01 16:44

[차장칼럼] 금호타이어, 쌍용차 전철 밟나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전 세계 어디든 돈벌이가 된다면 간다. 기업의 인수합병도 마찬가지다. 조건만 맞으면 어느 나라 회사든 사들일 수 있고, 팔 수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맞은 기업을 인수해 투자를 하고 번듯한 기업으로 되살려놓는다면 자본의 국적이 중국이든, 일본이든, 아프리카 어느 나라든 무슨 상관이겠나.

그런데 막상 현실은 좀 다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는 그다지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심지어 단물만 빨리다 내팽개쳐진 사례까지 있다. 그렇게 버려진 기업은 살아남으려고 말 그대로 제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문제는 그 고통이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는 온 사회가 함께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쌍용자동차다. 13년 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70조원을 투자해 쌍용차를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쌍용차를 상하이자동차 그룹의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발전시켜 한·중 두 나라 협력의 상징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일부에서 기술유출을 걱정하자 중국 정부 측은 "중국기업이라고 차별하는 것이냐"며 발끈했다. 하지만 그 약속이 허언이라는 것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쌍용차를 6000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한 상하이차는 기술만 빼돌렸을 뿐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쌍용차의 축적된 경험과 첨단기술, 신제품 정보였다. 기술을 빼내는 데 걸린 기간은 4년가량. 연간 22만대에 달하던 생산능력이 8만대로 쪼그라들었던 2008년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엄살을 떨며 쌍용차를 내놨다.

결국 뒷감당은 모두 우리 국민의 몫이 됐다. 대대적 정리해고와 70일이 넘는 파업, 그로 인한 갈등…. 직장을 잃고 심지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도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단결하라고 외쳐왔던 중국 측은 한국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도 미안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상하이차는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세계 유수의 메이커와 합작사업을 벌이며 중국 1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얼마 전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중인 금호타이어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기업인 더블스타 타이어를 선정했다.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를 계속 쓸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다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자본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살다보면 언젠가 꼭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왠지 모르게 전에 꼭 한번은 겪어본 듯한 느낌. 그것을 기시감이라고 한다.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에서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든다면 그건 지나친 걸까.

ohngbear@fnnews.com 장용진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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