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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김정은 만나겠다는 트럼프.. 전제 조건은 ‘적절한 상황’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2 17:38

수정 2017.05.02 17:38

김정은, 김정일 사망 이후 타 국가와 정상과 회담 전무
전문가 "만남 성사 되겠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절한 상황이 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만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앞서 김정은에 대해 '영리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적절한 상황'이 조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만나야 하는 적절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만날 것이며 영광스럽게 회동하겠다"면서 "재차 강조하지만 적절한 상황이 돼야 하고 그러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30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김정은을 '영리한 사람(smart cookie)'으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은 26세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주변의 군 장성 등 터프한 사람들을 다뤄왔다"면서 "그의 삼촌 등 여러 사람의 찬탈 시도를 이겨내고 권력을 지켜낸 것을 보면 확실히 영리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과 제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이 이대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지속한다면 2020년께 미국 대륙까지 도달할 수 있는 핵탄두미사일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이후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시험은 현 행정부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지난 2011년 아버지 김정일 사망 이후 다른 나라 정상을 만난 적이 없다. 지난 20여년간 주변국가들이 6자회담, 쌍방협상, 식량 원조, 유엔 제재 등을 시도했으나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현시점에서 미국이 중국의 역할에 강하게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북한의 직접적인 무역파트너로서 실질적인 압박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적절한 상황'이 조성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고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압박 후 대화 제의"라면서 "이는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그의 전형적인 협상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만약 트럼프가 김정은으로부터 북핵 동결이나 비핵화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면 정상회담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면서도 "북·미 간의 불신의 벽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 자체는 높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나 남.북.미.중 4국 정상회담을 제의한다면 트럼프가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동아태 국무 차관보도 "북한이 그런 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을 상상하는건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서도 핵개발을 시도하다 적발돼 탈퇴한 전력이 있고 이제 핵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 중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적절한 상황이 절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는 적절한 상황이 조성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도발적인 행태를 가라앉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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