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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저도주도 술이다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5 17:17

수정 2017.05.05 17:17

[여의도에서] 저도주도 술이다

주류시장에 저도주 바람이 거세다. 소주와 양주에 이어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맥주에 이르기까지 주종을 불문하고 저도주 일색이다. 젊은층에서부터 '부담 없는 음주문화'가 확산되면서 혼술족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가 주류기업들을 저도주 경쟁으로 이끌었다. 가히 알코올음료 시대다.

정부 통계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맥주 148병, 소주 62병이다. 맥주에 비해 독한 소주는 소비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지만 맥주는 해마다 늘어난다.
수입맥주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 들어서는 수입맥주 매출이 국산맥주를 넘어섰다. 아사히.하이네켄.호가든.칭다오 등 4개 수입맥주가 1위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자존심을 구긴 국내 최대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가 맥주 기반 4.5도짜리 발포주 '필라이트'를 앞세워 파격적 가격공세에 나섰다. 발포주는 20여년 전 일본 주류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술로, 맥아 함량이 66% 이하다. 기존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80%에서 100%)에 비해 훨씬 낮다. 기존 맥주 제조에 비해 맥아 등 원료 비중을 낮추면서도 품질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가격을 확 낮춘 것이다.

주류업계가 주목하는 또 한 가지는 탄산주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탄산주 시장은 2014년에 비해 2년 새 4배나 성장했다. 국내 탄산주 시장은 2018년까지 매년 28%씩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에서 탄산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며 브라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탄산주가 대세다. 글로벌 탄산주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주류업계에 탄산주는 기회의 시장이다. 이런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선보인 과일맛 탄산주 이슬톡톡은 주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20개 이상의 탄산주 브랜드 중 압도적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탄산주는 알코올 도수가 3도로 국내 주류 중 최저인 탓에 편의점 등에서 청소년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위스키 업계 1인 디아지오코리아도 영국의 보드카 브랜드 '스미노프' 칵테일의 명성으로 출시한 '스미노프아이스' 탄산주를 최근 국내로 들여왔다. 알코올 도수 5도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 탄산주는 1999년 출시된 이후 10년째 RTD부문 1위를 달리는 '베스트셀러'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가벼운 술도 자주 많이 마시면 독이 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알코올 열량 섭취량은 168㎉로 주요 24개국 중 가장 높다.
전체 칼로리의 12%를 술로 채운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이에 비해 청량음료나 주스 등 일반음료로 섭취하는 열량은 하루 44㎉에 불과하다.


흔히 청량음료에 들어간 설탕을 비만의 주범으로 꼽지만 실제로는 술이 비만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 결과이기에 가정의 달을 맞아 애주가들은 지나친 음주에 대해 곱씹어볼 일이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생활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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