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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개혁의 시작은 '기득권 내려놓기'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7 17:10

수정 2017.05.07 17:10

[차장칼럼] 개혁의 시작은 '기득권 내려놓기'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임한 이순신 장군의 결전 의지를 되살려야 한다."

2년10개월, 최장수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경제분야 최고 전문가인 한정화 한양대 교수가 최근 펴낸 '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소기업의 힘'이라는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보, 보수로 갈린 정치권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헐뜯기와 비방이 난무하고, 팩트가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기 일쑤다. 내가 아닌 타인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비단 정치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한 교수는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을 기업가정신의 활성화와 중소기업 역동성에서 찾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난파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를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감한 개혁, 지속적인 혁신의 실천만이 꺼져가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그 중심에 중소기업이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기존 기득권 세력인 대기업만이 아니다. 금융권과 정부 조직도 마찬가지다. 특히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 구도에 익숙한 정부 부처는 중소기업 중심으로의 거버넌스 전환에 밥그릇을 뺏길까 전전긍긍이다. 심지어 중소기업청의 '부' 승격에 대비해서도 각종 로비를 펼치며 공공연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부처까지 있다.

최근 한국 경제에 파란불이 들어오고 있다. 수출이 늘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반등 조짐이다.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신호에도 실제 국민의 체감도는 여전히 '춘래불사춘'이다. 치킨 값, 계란 값 등 밥상물가는 연일 뛰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고공행진이다. 가계 빚은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늘어나고만 있다. 모든 것이 오르는데 가계소득만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인구절벽까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교수의 지적처럼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개혁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기꺼이 양보의 미덕을 보여줘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두려울 수 있지만 막상 내려놓으면 평화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양보가 미래에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움켜쥔 손을 펴야 다른 것을 잡을 수 있는 법이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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