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자 인터뷰] "보험, AI·빅데이터와 결합… 질병 예방하는 형태로 진화"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4 19:00

수정 2017.05.14 19:01

(3)스티븐 모나한 젠 라이프 회장 겸 최고 운용.혁신 책임자
보험+기술 '인슈테크' 시대 온다
中, IoT 이용…TV로 의사가 진료
암 탐지 브래지어 개발 업체도 등장
이를 활용한 보험상품 늘어날 것
최근 일본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하루에 8000걸음 이상 걷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상품이 개발됐다.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 습관을 체크해 보험료 산정에 반영하기 시작한 셈이다. 미국에서 테슬라의 등장은 자동차 보험업계의 변화를 불러오는 '트리거'가 됐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보급을 앞두고 보험업계의 대응방안을 논의중이다. 지난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스티븐 모나한 젠 라이프 회장 겸 최고운용.혁신책임자를 만났다. 그는 최근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과 보험을 결합하는 '인슈테크'를 실제 보험시장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티븐 모나한 사진=서동일 기자
스티븐 모나한 사진=서동일 기자

모나한 회장은 "우리가 이런 (헬스케어) 기기들을 착용했는지도 모를 시점에 인슈테크는 보편화될 것"이라며 "보험 가입자들이 아프기 전에 질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관점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oT, AI 등 기술의 발전과 보험시장의 변화, 한국 핀테크의 규제 문제 등에 대한 모나한 회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최근 중국은 인슈테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힌다. 헬스케어 기술이 중국의 보험시장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나.

▲중국 인슈테크 시장은 이미 디지털화가 진행된 상태다. 중안보험이나 핑안보험 같은 놀라운 회사들을 들 수 있다. 특히 의료공학(메디테크) 회사들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사람들이 집에서 가정용 TV로 의사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IoT 기술을 사용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 헬스케어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다.

―막상 중국에서는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를 활용한 보험상품이 자리잡는 시기는 언제로 보는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들이 사람들 사이에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술은 진보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암을 탐지하는 브래지어를 개발하는 셀카디아는 이미 우리보다 8년 앞서 암을 진단할 수 있다. 이 브래지어로 여성들은 유방암에서 더 안전해질 것이다. 보험회사들이 기술 덕분에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가 이런 기기들을 착용했는지도 모르는 시기가 올 것이다. 보편화는 그때부터다. 사람들이 기술과 일상생활 사이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느낄 때다. 기술은 사용하기 간편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 기술들을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니터링 기기들은 아직 비싸지만 센서 가격이 계속해서 내려가면서 싸질것이다. TV만 해도 개당 200달러 수준이지 않나. 과거보다 더 품질은 좋아졌는데 가격은 하락했다. 유전자 진단도 마찬가지다. 2001년까지만 해도 하나의 유전체 서열을 보기 위해서는 100만달러가량 소요됐지만 이제는 3000달러면 가능하다. 5년 뒤인 2022년에는 3달러면 충분할것이다. 그때쯤이면 모든 인간은 게놈에 접근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도 관건이다. 당장 여러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이 사라질 전망이다. 과거 산업혁명때 사라진 일자리는 저임금 일자리라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없어지는 자리들은 고임금을 받는 일자리다. 여러 가지 다른 분야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앞으로 15년 후 의사는 AI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보험업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인력이 줄어든다든지 지점이 사라진다든지 하는 문제 말이다.

▲한 회사가 2000명 정도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하면 기술을 활용할 때 180명 정도로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험 가입자들이 아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아프기 전에, 질병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면 현재의 모든 기능들, 사람들이 없어도 된다. 무인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줄어든다면 1년에 수만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져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가치 있는것인가? 이것은 윤리의 문제, 딜레마다. 정부가 규제해야 할 것인지 보편적인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한다. 일단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업,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수만명의 생명을 살리고 싶지만 수십만개의 직업이 사라지면 이들의 생계는 위험해진다. 무엇이 선(善)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스티븐 모나한■약력 △젠라이프 회장 겸 최고운용·혁신책임자 △트루글로벌 벤처스 출자자 겸 투자위원 △보더리스 헬스케어 모바일차이나 부회장 △홍콩 헬스테크협회 공동회장 △프록시미티 임원 △전 AIA그룹 에너지사업부 대표
스티븐 모나한■약력 △젠라이프 회장 겸 최고운용·혁신책임자 △트루글로벌 벤처스 출자자 겸 투자위원 △보더리스 헬스케어 모바일차이나 부회장 △홍콩 헬스테크협회 공동회장 △프록시미티 임원 △전 AIA그룹 에너지사업부 대표


―전통적인 보험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만약 암에 걸렸다고 가정하자. 건강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으려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유방암을 발견하는 브래지어 이야기로 돌아가) 이제는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을 탐지해내는 보험에 가입하면 암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탐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러면 암의 47%가량은 예방이 가능하다. 데이터로 탐지하는 시스템은 아직 보험회사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어떻게 암에 걸리지 않을지 도와주는, 적시에 암을 탐지해내는 시스템은 개발 단계다. 위암에 걸린 사람은 현재는 대부분 죽지만 암을 탐지할 수만 있다면 사망률은 4% 정도로 줄어들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소비자나 보험회사나 둘다 윈윈 아닌가.

―보험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케냐나 중국에는 이미 전자지급결제가 많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느린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언급한 시장과 한국은 기존 결제시장에서 모바일 결제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 사람들이 반응하는 수준이 다른 시장이다. 케냐를 예로 들자면 가장 큰 리스크가 현금을 들고 걸어다니면 강도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아프리카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서비스의 수준이나 비용이) 아직 이용자들이 필요로 할 만한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다. 단지 기술의 등장만으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케냐와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더 낮은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반응이 생긴다면 결제시장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홍콩이나 중국 등 다른 아시아 시장에 비해 한국 핀테크의 발전은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은 혁신적인 시장이다. 과거에도 기술을 선도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한국은 겨우 몇 개의 기업만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든 은행들이 혁신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규제 때문이다. 영국에서 P2P(개인간) 대출이 시작됐을 때 규제당국은 그 동향을 관찰하다가 일정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규제가 도입됐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일단 한 발짝 물러서서 시장이 자리잡을 때를 기다린다.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서는 IT업계는 금융당국과 잘 협력해야 한다. 기술과 규제 당국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기술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시장들은 정부기관과 시장이 협력하고 있다.
규제보다는 협력이 중요하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김유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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