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폭스바겐을 타산지석으로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5 17:20

수정 2017.05.15 17:20

[기자수첩] 폭스바겐을 타산지석으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로 825만대를 내걸었다. 지난 2015년 목표대수보다 5만대 더 많은 역대 최대치다. 그러나 올들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가 줄면서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는 컸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사드 배치에 대한 반한 감정으로 인해 떨어졌다. 사드 논란 직후 현대차는 한국기업이 아닌 한.중 합작사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는 '한국 기업'으로 인식된 것이다. 사드 후폭풍은 국가 간 이슈라서 기업으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선 2년 전 디젤게이트를 일으켰던 폭스바겐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제시한다. 물론 동일한 사례는 아니지만 일부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폭스바겐은 국내에서는 인증취소.판매정지돼 판매량이 0대인 상황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해 도요타를 꺾고 세계 판매 1위 브랜드로 재도약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또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데다 신흥시장에 집중한 것도 주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이 소형차 및 왜건에 강점이 있지만, 그보다는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 강화로 발빠르게 방향을 틀었던 점도 한몫했다는 전언이다. 즉, 주요 간판모델을 내세우기보다는 필요한 차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SUV가 없던 벤틀리, 람보르기니에서도 SUV가 새롭게 등장했다.

폭스바겐이 자국 및 유럽 고객의 신임을 잃지 않았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최후의 보루'인 내수 고객의 신뢰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현대차엔 희망이 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호조가 이어지고 쏘나타 뉴라이즈 출시 효과로 내수가 늘고 있다. 이제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이 필요하다.
새 정부 들어 사드 사태 해결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이다.
언젠가 '2017년 현대.기아차의 위기극복 사례'가 세계 곳곳의 기업들에 인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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