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칼럼]

대비없는 4차 산업혁명은 재앙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의 삶 가까이 도래한 인공지능의 출현을 알렸다. 하지만 무인항공기, 무인자동차, 로보어드바이저 등 인공지능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가까이 와있다. 기술혁신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산업의 발전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 윤리, 법, 정치, 경제 등에 걸쳐 삶 전체를 흔드는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현재 7세 이하의 어린이가 직업을 가질 때쯤이면 현존하는 직업의 65%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의사, 투자분석가, 회계사, 연구원 등 전문직의 많은 역할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반면에 사람 대 사람의 접촉을 필요로 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서비스 업종이 증가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고도의 자동화, 통신과 운송비 절감 등을 통해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고, 인류는 전례없는 기술혁신의 가속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의 가속화는 다양한 문제를 동반하게 된다. 무인차를 예로 들어보자. 만일 무인차가 사고를 내면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 기계나 인공지능이 책임을 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조자가 책임을 질 것인가, 아니면 무인차를 구입해 운영하는 운영자가 책임을 질 것인가. 불가피한 사고에 처했을 때 인공지능은 어떤 선택을 하도록 명령되어야 하는가. 뇌사한 사람의 뇌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면 온전한 사람으로 봐야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새로운 윤리적·법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가속되는 기술혁신은 또한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다. 고도의 자동화가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고 자본에 대한 수익은 증가하는 반면 노동에 대한 수입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또한 첨단기술에 필요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소득격차도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소득격차와 부의 불균형은 사회 전반의 불안요소가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정치·경제의 문제인 것이다.

증가하는 사생활 침해도 문제가 될 것이다.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처럼 빅 데이터로 우리의 모든 행동이 이미 낱낱이 분석되고 있다. 바이오텍과 인공지능의 혁신은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가상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새로운 기술혁신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새로운 혁신이 사이버 테러 차원을 넘어 여러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수한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방식과 제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목적과 가치를 가지고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문제이다. 최근 당선된 세계의 정치인들은 엄청난 공약들을 남발했지만, 대부분 구태의연한 사고와 국부적으로 당면한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인상을 준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닥칠 미래에 대한 정치.경제적 대비가 부재하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위험요소인지도 모른다. 로봇화되는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과 영혼의 가치를 간과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인류의 근본적인 협력과 이해에 기초한 사회적 기반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기술혁신과 함께 도래하는 새로운 사회는 인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창의력의 결과이다. 그와 함께 오는 문제에 처하고 더 나은 사회를 이룰 수 있는 방안도 인간의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다만 그것은 인간만이 가진 공감능력과 나누는 마음이 창의력를 발휘할 때 가능할 것이다.

변석구 美 베일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한미재무학회(KAFA)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