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대 ‘천원의 식사’ … 이용자 급증에 급식인력 업무가중 논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6 17:05

수정 2017.05.16 17:05

서울대 생활협동조합노조
“학생들 복지 향상 좋지만 급식인력 크게 늘지 않아 지나친 희생 강요 부담”
장학복지처.생활협동조합 “지난해 비해 올 이용 줄어 인력 되레 감축해야 할 판”
서울대 '천원의식사'가 시행된 지 2년에 접어든 가운데 학교 구내식당 종사자들은 업무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반면 학교와 생협 측은 인력을 보강했고 추가 인력 투입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천원의식사'가 시행된 지 2년에 접어든 가운데 학교 구내식당 종사자들은 업무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반면 학교와 생협 측은 인력을 보강했고 추가 인력 투입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에게 싼값에 식사를 제공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업무 부담이 커졌죠" (이창수 서울대 생활협동조합노조 대표)

서울대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5년 6월부터 1000원에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천원의 식사'가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자 지난해 3월부터 저녁식사도 100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그러면서 천원의 식사를 제공하는 학생회관 식당 이용자가 급증했으나 식사를 준비하는 급식 인력은 거의 그대로여서 학교 측이 학생 복지를 내세워 식당 근로자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관절에 무리, 신입은 금세 나가기도"

16일 서울대에 따르면 학내 식당 운영은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관리하고 있다. 서울대 부총장이 이사장인 생협은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고 있으나 원가는 2200원 정도다. 한끼당 1200원씩 적자는 서울대 대학발전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밥값이 싸진 만큼 천원의식사를 제공하는 학생회관 식당 이용자는 급증했다. 생협에 따르면 2015년 3월 조식 이용자는 8982명, 석식 이용자는 4만702명이었다가 올 3월에는 각각 1만3746명, 4만3906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식사를 준비하는 급식인력은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조리사 A씨는 "현재 학생회관 식당에 45명 정도가 근무 중인데 천원의식사 이후 업무 부담이 커졌다"며 "조식의 경우 매일 아침 준비해야 하는 식사량이 300~400인분에서 700인분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창수 생협노조 대표는 "지난해 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기 전만 해도 휴식시간 30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며 "변형근로를 하고 업무 강도가 강해지다보니 5년 이상 일한 사람은 관절에 무리가 가 주사를 맞고 오고 신입직원들은 일이 힘들다며 금세 나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일을 해도 계약직은 월 140만~150만원 정도 받는데 생활임금이 절실하다"며 "올해 언론 보도 뒤 조리사들의 화장실 청소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주방 내 타일이 깨져 시멘트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년보다 이용자 줄어 인력 감축해야"

이에 대해 학교 측과 생협은 인력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학복지처 관계자는 "천원의식사 이후 식당에 인력을 더 투입한 것으로 안다"며 "인력 문제는 식당을 운영 중인 생협이 관리한다"고 말했다. 특히 생협 측은 인력 충원은 커녕 감축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학생회관 식당 이용자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는 것으로, 생협에 따르면 올 3월 조식, 석식 이용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5~10% 가량 감소했다.


생협 관계자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어 급식 인력을 늘리기보다 줄이는 것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용자 감소로 학생회관 식당에서는 저녁 1개 코너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학생회관 스낵코너 폐점 후 그 곳에서 근무하던 조리원 3명을 식당 조리원으로 전환했고 천원의식사 시행 후 아침 2명, 저녁 3명 특근 인원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 비정규직의 소리를 전하는 학생모임 '빗소리' 오채현 공동대표는 "우리가 먹는 학식이 휴게시간도 별로 없는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학교가 생협과 학생 복지 명목을 내세워 식당 근로자들에게 부담을 줄 게 아니라 학교 법인 재정으로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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