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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대우조선 사태 백서'를 쓰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7 17:21

수정 2017.05.17 17:21

[차장칼럼] '대우조선 사태 백서'를 쓰자

일본 전자기업 도시바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도시바는 구조조정을 미뤘고 핵심역량을 키우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실적을 의도적으로 숨겼다. 1조원대 회계부정 스캔들은 추락의 시작이었다. 경영진끼리 반목했고 비리(분식)에는 눈감았다. 상명하복식 폐쇄적 기업문화, 허수아비였던 경영감독기구들도 도시바의 몰락을 도왔다.
원전.반도체.TV사업이 줄줄이 추락했다.

2015년 8월, 기자는 추락 직전 도시바와 3조원대 손실을 은폐한 대우조선해양이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원인을 찾고 책임을 철저히 묻는 도시바를 반면교사로 삼자고 했다. 그로부터 두달 뒤, 총선 직전 정부는 '대우조선 부실의 깊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채 국가경제 수장들이 서별관회의에서 4조3000억원의 혈세(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고, 국민들은 또 그 말을 믿었다. 1년 반이 흐른 지난 4월, 정부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국가경제 위기론'을 조장하며 프레임을 슬쩍 바꿨다. 그러면서 혈세 2조9000억원을 더 쏟아붓겠다고 했다. 방만경영과 관리감독 실패, 정부의 오판이다. 국민들은 대우조선에 직간접 혈세 13조원이 새나가는 꼴을 목격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에 바란다. 산업 구조조정의 확고한 원칙을 밝히자. 첫 시험대는 전 정부 종식 직전에 임시봉합된 대우조선 사태를 제대로 매듭짓는 일이다. 우선 원인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국부에 상당한 손해를 가져왔고, 앞으로도 초래할 미완의 대우조선 사태다. 정부 관료는 무능했고 회사 경영진은 무책임했다. 내외부 관리.감독자는 눈을 감았다. 회계감사는 엉터리였다. 그 틈에 대주주(산업은행)는 물론 경영진은 매년 성과급을 챙겼다. '도덕적 해이'이자 '다중 부패'다.

국민들은 여전히 궁금하다. 대우조선 사태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느냐다. 대우조선 사태 이후 비정규직 직원들부터 회사를 떠나야했다. 하지만 대주주로 책임이 가장 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은 어떤 변화를 하고 있나. 대우조선 사태가 커지던 지난해 6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눈가리기 자구안'을 슬쩍 내놓았다. 당시 인력 정원의 5~10%를 2021년까지 감원, 1억원 이상인 임원 연봉 5% 삭감 등이 그것이다. 고통 분담은 없었다. 이를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도 눈감아줬다. 언론들도 침묵했다.

국책금융기관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대주주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었는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과정이 적정했는가. 잘못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 국책금융기관의 부실과 무능의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공정하게 매듭짓고 새 정부가 '대우조선 사태 백서'를 쓰자. 이런 어리석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 것을 후대에 남기자. 그러려면 새 정부 초기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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