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광주시민과 함께 눈물 흘린 文대통령 "5·18 정신 받들겠다"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8 16:49

수정 2017.05.18 16:49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유족인 김소형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유족인 김소형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이 광주를 울렸다. 5·18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광주를 찾은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희생자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민주 영령의 넋을 기렸고 광주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가족의 추모사에 함께 눈물을 훔치며 먼저 다가가 따뜻하게 껴안았고 9년 만에 제창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리 높여 불렀다. 국가 최고권력자로서 위엄을 세우기보다 5·18 유공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진한 여운을 남겼고 광주시민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는 민주정부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날 기념식의 의미는 달랐다. 역대 가장 많은 시민들과 가장 긴 시간동안 뜻을 기렸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민주주의의 이정표'라고 규정했고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기념사는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을 실감케 했다. 문 대통령은 "5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다"며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1980년 5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이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라며 5·18의 완전한 진상규명을 천명했다. 그는 "완전한 진상규명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상식과 정의의 문제"라며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약속했다.

새 헌법 전문(前文)에 5·18정신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시대를 열겠다"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선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자 5·18정신, 그 자체"라며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5·18정신 계승의지가 담긴 기념사에 1만여명의 시민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그리고 기념사 이후 문 대통령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에게 더한 감동을 안겼다.

자신의 생일인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으로부터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가 '슬픈 생일'이라는 제목의 추모사를 읽자 문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혔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울먹이며 퇴장하는 김씨를 뒤따라가 따뜻하게 껴안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씨는 대통령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았고 "아빠가 안아준 것처럼 어깨가 넓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씨와 함께 김씨 아버지의 묘소를 따로 참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가수 전인권씨가 기념공연으로 '상록수'를 부르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따라 불렀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도 나섰다.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과 손을 잡은채 힘차게 노래하며 민주 영령의 추모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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